2023년 9월 14일 목요일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



여러가지 썰들이 난무하지만 공식적인 발표문이 나와봐야 큰 틀에서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많은 사항들은 공식적으로 이야기되지 않겠지만 이후의 변화를 보면 대략적인 상황이 보일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한번 생각해봐야할 것은 '왜 러시아가 북한을 필요로 하는가?'이다.

많은 사람들은 러시아가 152mm 포탄이 부족해서 북한으로부터 이것을 대량으로 넘겨받으려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로켓, 위성, 원잠, 전투기 등 온갖 것들이 전달될 것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전쟁수행능력 한계와 취약성이 이야기된다.

그런데 러시아가 정말 그런 상황일까?

오늘 NYT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시산업으로의 재편에 느리지만 확실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를 뚫고 이제 본격적으로 대량의 미사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각종 부품의 도입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대체품을 생산하고 우회적으로 확보할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미 정보당국도 제재는 '느리게 할 수는 있으나 멈출수는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152mm포탄의 경우는 연간 200만발의 포탄을 생산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전쟁전 서방 정보기관의 예측보다 2배 많은 숫자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도 서방에 비해 7배 많은 포탄을 생산하는데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비용의 경우 서방은 5000달러인데 러시아는 600달러로 제작한다(물론 품질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북한에게 포탄을 위해서 마구 퍼주는 거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럼 왜 이 시점에서 푸틴은 김정은을 만나는가?

결국은 한국에게 '선을 넘지 마라'는 의사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155mm 포탄 지원이 없다면 결국 화력으로 우크라이나측을 압도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지원하고 있는 155mm포탄은 엄밀하게 말하면 과거 미국이 생산한 것이다. WRSA-K로 저장되던 물품을 우리가 헐값으로 넘겨받았는데 이것을 미국에게 '대여'해주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새로 155mm포탄을 구매해서 우리에게 반납해야 한다. 이런 미제 155mm 탄약의 재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50만발이 이미 제공되었으니 제공가능한 물량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전시상황에 대비해서 전량을 대여해줄수는 없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제 한국이 신품 탄약을 생산해서 미국, 폴란드 등에 제공해주는 물량을 차단할 수 있다면 결국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시점에 북한 카드를 보란듯이 꺼내들고 우리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것 같다.

러시아측이 '한국이 원한다면 상황을 설명하겠다'는 언급을 한 것으로 보도되는데 러시아가 이런 식으로 나온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즉 자신들의 행동으로 인해 한국이 빡돌아서 '이렇게 된 이상 이제는 풀파워 지원이다!!'로 나서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155mm 생산량은 연간 18만발 정도로 알고 있는데 아마 마음만 먹으면 2~3배 생산을 위한 설비증설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정말 독한 맘 먹으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괴롭기 그지없다.

아마 러시아는 북한과 여러가지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하겠지만 당장의 가시적 성과는 북한 노동자들의 러시아 파견 정도를 통한 외화벌이 통로 확대, 그리고 식량지원과 152mm 탄약의 일부 물량 교환 정도가 아닐까 싶다. 물론 첨단무기 및 기술지원 등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압박카드로 쓰겠지만 당장 그걸 실천에 옮기지는 않을 것이다.

전쟁 이후 러시아의 입장을 보면 한국에 대해서 상당한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의례적인 러시아 외교당국의 발언에 대해 우리가 화들짝 놀라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견제구 수준이라고 여겨진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일단 김정은이 푸틴과 회담하는 장면을 통해 대내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다 얻었다. 여기에 더해 일부 군사장비의 제공을 대가로 식량을 확보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남는 장사다. 로멧, 위성 등의 추가적인 것이 있다면 당연히 환영이고 로또겠지만 북한 스스로도 그것은 대외용 메시지라고 생각할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모두를 적절하게 만족시킬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걸 기분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힘이 커지고, 그것을 모두가 인정하고, 우리가 일정부분 상황을 바꿀수 있는 포지션에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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