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과수원을 하시는 부모님은 한 해 수확이 끝나고 나면 반드시 가지치기를 하신다. 이때는 삭정이뿐만 아니라 멀쩡한 나뭇가지들도 과감하게 잘라내야 한다. 아깝다고 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나무가 힘들어서 좋은 품질의 과실을 기대하기 어렵다. 가지마다 열매가 열리기야 하겠지만, 수량을 떠나 품질이 나빠지기 십상이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는 아예 수량도 현저히 줄어들어 버린다. 그러니 가지치기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해 열매를 맺어야 하는 나무를 위해서, 결국 그 열매의 품질과 장기간의 안정된 수량 확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사람도 나무와 같다. 나와 이어진 모든 사람들과 항상 좋은 관계를 맺고 살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때론 한쪽으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해서 건강한 성장을 방해한다. 나무마다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가지와 열매의 무게가 있다. 가지치기를 하지 않은 나무는 무거운 줄기들을 축축 늘어뜨린 채, 성장하기는 커녕 버티기도 힘들다.
가지를 잘라내야 하는 것은 분명 아픈 일이다. 오죽하면 가지치기를 한 자리에 약을 발라주기도 할까? 사람도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일은 두렵고 가슴 아프다. 내가 왜 더 수용할 수 없는지 자책하게 되고, 매정한 사람이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건강한 삶과 성장을 위해 선택과 집중은 인간관계에도 필요한 일임을 기억해야 한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과 가까이하면 멀미가 난다. 원하지 않는 롤러코스터에 억지로 올라탄 기분이다. 중간에 내리고 싶어도 안전장치랍시고 나를 붙들어맨 장치들에 묶여 속절없이 내려갔다 올라갔다를 반복해야 한다.
“멈추시오!”
이제 그만 내리고 싶다. 비상 버튼을 눌러서라도 멈춰 세워야겠다.
남들이야 롤러코스터를 타고 열광하며 짜릿함을 즐기든 말든, 그저 멀찍이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거나 아예 뒤돌아 한적한 풀밭으로 걸어가서 앉고 싶다. 제아무리 신나는 음악과 사람들의 환호 소리도 계속 들으면 소음이 된다. 고요가 축복으로 느껴질 만큼…….
대화가 더 이상 편하지 않은 사람
매일같이 연락이 오는 지인이 있었다. 주로 직장 내 업무와 상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다 보니 억양이 고조돼 있고 짜증이 묻어 있었다. 전화를 끊고 나면 내가 그분의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 데 위안 삼고 이로써 그의 기분이 해소되었기를 바라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점점 내가 지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분의 전화가 반갑지 않았다. 통화가 마치 의무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잘 듣다가 호응도 잘해줘야 하는데 자칫하면,
“뭔 소리야!”
“아니~”
라는 타박을 듣곤 하니까 긴장을 늦출 수 없고 질문하기 전에 이게 맞는지 생각해야 했다.
관계라는 것은 상호적인 것이다. 서로 편하고 즐거울수록 관계를 지속해나갈 힘이 생긴다. 마치 시소처럼 서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 있고 점점 그 기울기가 커지기만 한다면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내려앉은 시소의 끝자리에서 점점 더 땅을 파고 내려갈 것만 같은 느낌에, 나는 그만 그 시소에서 내리고 싶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내려 버리면 관계의 시소를 타고 올라갔던 상대방이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찧을 수 있으니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그 준비가 어렵다. 피곤한 관계는 만날 때도 피곤하고, 헤어질 때도 피곤하다.
우리는 종종 편한 관계를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이로 착각하곤 한다. 대화가 더 이상 편하지 않고 이것이 오래 지속된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긴장과 갈등 상황이 두렵고, 그것을 원만하게 해결할 자신이 없어서 홀로 깊은 산속이나 무인도에 가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만큼 인간관계를 잘 관리하고 유지하며 사는 일은 어렵기 짝이 없다. 내가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겠다는 생각은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만큼 무모하다. 건강하고 여유 있는 삶을 위해 인간관계에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좋은 기운을 전하는 사람을 곁에 두라. 당신을 힘들게 만드는 사람에게 더 기회를 주면 더 아플 뿐 이다. 세상에 내면이 그렇게 특별히 강한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을 최대한 만나지 않고 스치는 선택이 필요하다. 내 마음이 편해야 내게 소중한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뀌지 않는 사람 때문에 더는 마음 아파 하지 말고, 그를 그냥 보내줘라. 그리고 당신 자신을 지켜 내라. 그리고 더 소중한 사람에게, 더 따뜻한 마음을 전하자.” - 김종원, <인간을 바꾸는 5가지 법칙>에서
한번 맺은 관계가 어떤 사건으로 인해 틀어진다면 애써 되돌릴 필요도 없고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그걸 상대에게 따진다고 해도 그것이 개선되지 않는다. 사람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용인한다면 계속 본인은 상대에게 당하는 것이 반복될 것이다.
인간의 행위에는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에 내가 상대에게 너의 무엇 무엇 때문에 내가 서운하다고 하면 나름 상대는 그럴싸한 이유와 변명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왜 서운함과 불편함을 느끼는 것일까. 내 마음이 잘못된 것인가.
결국 정답은 없지만 애써 인간관계 유지하려 하지 말고 이제 그만 멀어질 때라고 느껴진다면 그때가 바로 그 때라는 걸. 그냥 순리데로 물 흐르는 데로 살면 되는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앞으로도 난 자유로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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