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기다리는 사람들
때를 알고 기다리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성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는 사람의 모습에는 어떤 성숙함이 보입니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는 모양입니다「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구름이 있고, 사람은 아침저녁(朝夕)에 있을 화(禍)와 복(福)을 알지 못한다. 지네(蜈蚣)는 발이 많으나 달리는 것은 뱀(蛇)을 따르지 못하고, 닭(鷄)은 날개가 크나 나는 것은 새(鳥)를 따르지 못한다. 말(馬)은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으나 사람이 타지 않으면 스스로는 가지 못하며, 사람은 구름을 능가하는 높은 뜻(志)이 있어도 운(運)이 따르지 않으면 그 뜻을 이룰 수 없다.」
기다림은 신비입니다. 역설입니다. 영어로 수동적이라는 뜻의 ‘passive’와 열정이라는 의미의 ‘passion’은 ‘참는다’는 뜻을 지닌 라틴어 어근 ‘pati’에서 나왔습니다. 오래 참고 기다리는 것은 수동적인 느낌을 줍니다. 그렇지만 그 안에는 능동적인 열정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아이를 잉태한 어머니는 기다립니다. 어떻게 보면 아이를 잉태한 어머니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출산하기까지 그냥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사이 아이는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점점 성장하고 있습니다. 열정적인 강한 생명력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생명이라는 씨앗의 신비이며 또한 기다림의 신비입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동안,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빠른 속도에 집착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속도 중독증에 걸려 있습니다. 모든 것이 빨리,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시대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생은 속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영혼은 세상의 속도만큼 빠른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영혼은 느린 것을 좋아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합니다. 내면의 부요는 고요함 속에 있습니다. 고요함과 평안은 기다림을 통해 주어지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모든 죄는 조급함에서 시작된다는 프란츠 카프카의 말을 기억하십시오. “인간에게 큰 죄가 두 가지 있으며 다른 죄도 모두 여기서 나온다. 조급함과 게으름이 그것이다.”
기다리는 기술은 정말 중요한 삶의 기술입니다. 기다릴 때 중요한 것은 태도입니다. 조급함이나 원망이 아니라 앞에 있는 즐거움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것입니다. 이런 태도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태도는 우리가 기다리는 중에도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믿을 때 소유할 수 있습니다.
사실 크고 작은 사업을 해나가면서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조바심을 내곤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가 진심과 열정을 가지고 일을 추진해나간다면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분명 성과는 나타난다는 것이다. 마치 농부가 땀 흘려 씨를 뿌리고 가꾸는 농작물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쉼 없이 자라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선물하듯이 우리가 생각하고 추진하는 일들도 때가 되면 그 결실을 맺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며 때를 기다리는 농부의 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같다.
어머니 자궁 안의 아이가 열 달을 채우고야 세상에 나오듯 우리의 삶에 있어서도 모든 게 때가 있는 것 같다. 안절부절 조바심을 내고 순리를 거스르며 뭔가를 억지로 해내려고 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고 만다. 어쩌면 어머니나 농부의 마음으로 때를 기다리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행위이자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그리고 때로는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한다. 조바심이 날수록 담담한 마음으로 때를 기다리자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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