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벙 주초(柱礎)
세상은 평탄하지 않고,
반반하게 고르려고만 하지 마라
둥글넓적한 자연 그대로의 돌을 다듬지 않고 건물의 기둥 밑에 놓은 주춧돌을 덤벙 주초라고 부른다.
어느 날 오랜만에 내 얼굴을 본 할머니가 물으셨다.
얼굴이 왜 그렇게 어둡냐?
할머니는 한 쪽 눈을 실명하셨고, 목소리를 통해 사람을 분간하실 정도로 다른 쪽 시력도 안 좋은 상태였다.
그런 할머니의 눈에 손자의 힘든 얼굴이 비친 모양이다
너무 걱정마라 때가 되면 다 잘 풀릴 거니께 세상은 덤벙덤벙 사는 거니라
어떤 위로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지치고 힘든 나였다.
하지만 덤벙덤벙 살라는 말은 꽤 인상적으로 마음에 꽂혔다.
물론 그게 어떤 삶인지는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몇 년이 흘렀다.
책을 읽다가 우연히 덤벙 주초&란 것을 알았다.
강원도 삼척에
죽서루라는누각이 있다.
특이한 것은 그 누각의 기둥이다
터를 반반하게 고르는 대신 터에 맞게 기둥의 길이를 달리 한 것이다.
길이가 다른 17개의 기둥으로
만들어졌다.
숏다리도 있고 롱다리도 있다.
이렇게 초석을 덤벙덤벙 놓았다 해서 덤벙 주초&라 불린다.
순간 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세상은 덤벙덤벙 사는 거야
터를 반반하게 고르는 대신 터에 맞게 기둥의 길이를 달리 놓을 줄 아는 여유가 놀랍다.
그래서 할머니의 말뜻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세상은 평탄하지 않다.
반반하게 고르려고만 하지 마라
덤벙 주초&처럼 그 때 그때 네 기둥을 똑바로 세우면 그만이다.
그렇습니다
세상은 언제나 가만있지 않고 흔들거립니다.
흔들리는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마음의 기둥을 잘 세워야 합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서둘지 말고, 조급하지 말고,
욕심부리지 말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만의 삶을 살아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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