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든다는 것은 내 삶의 영토를 조금씩 줄여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젊은 날에는 더 넓은 세상, 더 많은 사람, 더 거창한 성취를 쫓아 밖으로만 시선을 던졌다. 그러나 황혼의 길목에 서고 보니, 바깥세상의 풍경은 내가 제어할 수 없는 날씨와 같아서 붙잡으려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뿐이다.
결국 인생의 마지막까지 온전히 내 몫으로 남는 것은 오직 내 마음의 풍경뿐이다. 그래서 황혼의 행복은 외부에서 빌려오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내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자가발전(自家發電)과 같다.
첫째, 거창한 계획 대신 '오늘 하루'의 질서에 집중하기
이제는 멀리 있는 신기루를 보며 달릴 이유가 없다. 대신 눈을 뜨면 나를 맞이하는 오늘 하루라는 소박한 선물에 집중한다.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에 몸을 깨우고, 묵묵히 발걸음을 옮겨 규칙적으로 걷고, 익숙한 루틴을 차분히 실행해 나가는 것. 그 일상의 질서 속에서 마음의 평온이 싹튼다. 거창한 이벤트가 없어도, 내가 세운 하루의 작은 약속들을 담담하게 지켜내는 과정 자체가 훌륭한 행복의 재료가 된다.
둘째, 관계의 무게를 덜고 '침묵의 안락함'을 누리기
사람들과 어울려 왁자지껄하게 시간을 보내야만 외로움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황혼의 나이에는 불필요한 인연과 소란스러운 대화를 걷어낸 자리에 찾아오는 '조용한 사색'이 더 달콤하다.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홀로 보내는 시간을 아늑하게 여길 수 있을 때, 비로소 외부 환경에 구걸하지 않는 독립적인 행복이 완성된다.
셋째, 감정의 파도를 가라앉히는 '마음의 규율'
마음속에서 불쑥 일어나는 아쉬움, 과거에 대한 미련, 혹은 쓸데없는 염려는 스스로 만든 감옥이다. 내 안에서 행복을 만들려면, 내 마음에 부정적인 감정이 고이지 않도록 즉시 흘려보내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감정을 다스리는 일은 본능이 아니라 지혜로운 '훈련'이 되어야 한다. 마음을 단순하게 비워낼 때, 그 빈자리에 비로소 잔잔한 미소가 고이기 마련이다.
젊은 날의 행복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불꽃놀이 같았다면, 황혼의 행복은 은은하게 방 안을 채우는 찻잔의 온기와 같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내 주위의 환경이 어떻게 흘러가든 관계없이, 내가 딛고 선 오늘 하루를 정성껏 가꾸며 내 안의 샘물에서 행복을 퍼 올리는 삶. 그것이야말로 삶의 황혼기를 가장 품격 있고 아름답게 통과하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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