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내가 사람 흉내만 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족 앞에서 책임 있는 척할 때, 혹은 친구들 사이에서 여유로운 사람처럼 굴 때—그 순간마다 문득 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삶은 겉보기에 점점 더 단순하고 평온해진다. 수십 년간 쌓아온 삶의 요령 덕분에 웬만한 일에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늘 무던하고 편안한 이웃이자 가족으로 비친다. 골프채를 쥐고 필드를 걸을 때나, 매일 거르지 않는 발걸음으로 길가를 거닐 때도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세상이 말하는 '평화롭고 모범적인 노년'의 완벽한 표본처럼.
현실은 냉정하다. 사람답게 보이는 것과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은 다르다. 겉으로는 성숙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미숙함과 조급함이 뒤섞여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말한다.
아직 사람 덜 됐다. 아직 배울 게 많고, 다듬을 게 많고, 견뎌야 할 것도 많다. 그걸 인정하는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완성된 척하는 게 더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다운 여유는 흉내로 얻는 게 아니다. 삶의 무게를 견디고, 실수를 인정하고, 관계 속에서 부딪히며 조금씩 단단해지는 과정 끝에야 비로소 생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에게 다짐한다. 사람되고 나서 나대자. 사람되고 나서 여유 찾자. 그 전까지는 조용히, 묵묵히, 내 몫의 삶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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