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7일 금요일

끝없는 삶의 갈림길에서

 


황혼은 하루가 저무는 시간이지만, 삶으로 말하면 모든 것이 끝나는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오래 걸어온 길을 천천히 돌아보고, 남은 길을 더 깊은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다.

젊은 날에는 갈림길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분주했다. 어느 길이 더 나은지, 어느 길이 더 많은 것을 가져다줄지 헤아리느라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몰랐다. 그때는 선택 하나가 인생을 결정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긴 세월을 지나온 지금은 안다. 인생은 한 번의 선택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것을.

기쁨도 오래 머물지 않았고, 슬픔도 끝내는 지나갔다. 실패라고 여겼던 일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고, 성공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은 오래 지나지 않아 평범한 추억이 되었다. 결국 내 곁에 남은 것은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가 아니라, 누구를 사랑하며 살았는지, 얼마나 진실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냈는지였다.

나이가 들면서 잃은 것도 많다. 젊음도, 힘도, 서둘러 달리던 발걸음도 예전 같지 않다. 그러나 그 자리에 대신 찾아온 것이 있다. 기다릴 줄 아는 마음, 이해하려는 마음, 그리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여유이다.

창밖으로 저무는 노을을 바라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노을은 마지막 빛을 다해 하늘을 물들이면서도 아무 말이 없다. 떠나는 시간조차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조용히 보여 줄 뿐이다. 사람의 삶도 그와 닮았으면 좋겠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헤아리기보다, 오늘 하루를 따뜻하게 살아내는 일에 마음을 다하는 삶.

이제도 삶은 여전히 갈림길을 내어 준다. 무엇을 더 가질 것인가보다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를 묻고,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다. 그 물음 앞에서 나는 예전처럼 조급해하지 않는다. 모든 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긴 세월을 돌아보니, 인생은 높은 산을 오르는 일이 아니라 계절을 따라 걷는 길이었다. 봄에는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땀을 흘리며 자라고, 가을에는 열매를 맺고, 겨울에는 조용히 자신을 비우는 길이었다. 어느 계절 하나 헛되지 않았듯이, 지금 이 황혼의 시간도 삶이 내게 준 귀한 계절이다.

끝없는 삶의 갈림길에서 나는 이제 더 이상 완벽한 길을 찾지 않는다. 다만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따뜻한 미소를 건네고, 고마운 마음을 아끼지 않으며,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하루를 살고 싶다.

언젠가 이 길의 끝에 다다를 때, '참 많이 이루었다'는 말보다 '참 따뜻하게 살았다'는 한마디를 마음속에 남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내 삶은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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