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8일 토요일

빈손의 풍요, 아름다운 마무리를 향하여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참 바쁘고 치열한 여정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채우고, 이루고, 붙잡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황혼녘에 서서 죽음이라는 거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비로소 삶의 가장 정직한 공식 세 가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은 누구나 반드시 죽는다는 것, 그 길은 결국 혼자서 가는 고독한 길이라는 것, 그리고 평생을 일군 그 어떤 것도 손에 쥐고 갈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입니다.

언젠가부터 거울 속의 나는 낯설지 않다. 깊어진 주름도, 예전만 못한 걸음도, 자꾸만 깜빡하는 기억도 이제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젊은 날에는 늙음이 멀리 있는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어느새 나는 황혼의 시간 한가운데 서 있다.


돌이켜 보면 평생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달려왔다. 더 나은 직장, 더 넓은 집, 자녀의 교육, 노후를 위한 저축. 가족을 위해, 미래를 위해 쉬지 않고 살아왔다. 그 과정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그 덕분에 오늘이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도 조금은 든든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깨닫는 것이 있다. 인생은 채우는 일보다 비우는 일이 더 중요해지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옷장 속 오래 입지 않는 옷을 정리하고, 언젠가 쓰겠다고 모아 둔 물건도 하나둘 내려놓는다. 마음속에 오래 묵은 서운함과 미움도 함께 비워 보려 한다. 용서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미움을 품고 남은 시간을 보내기에는 우리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황혼의 나이에 가장 소중한 재산은 건강이다. 돈이 많아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그래서 오늘도 천천히 걷고, 잘 먹고, 규칙적으로 잠을 자려 애쓴다. 병원을 찾는 일이 잦아졌지만, 건강을 돌보는 일도 삶을 존중하는 한 방법임을 배운다.


또 하나 소중한 것은 사람이다. 친구 한 사람의 안부 전화가 하루를 따뜻하게 만들고, 자녀와 손주들의 웃음소리가 집 안을 환하게 밝힌다. 그러나 그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마음도 함께 커진다. 기대보다 감사가 많아질 때 관계는 더 편안해진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이가 들면 잃는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얻는 것도 있다. 조급함이 줄고, 사소한 일에 웃을 줄 알게 되었으며, 계절의 변화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꽃 한 송이, 저녁노을, 따뜻한 차 한 잔이 이렇게 큰 행복이 될 줄은 젊은 시절에는 미처 몰랐다.


우리 모두는 결국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마지막까지 움켜쥐려고 애쓰기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남기고,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을 베풀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며 살아가는 것이 더 큰 풍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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