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8일 토요일

황혼의 기적 대신 감탄을 !!

 

삶을 마무리하는 시기에는 기적을 기대하기보다

지금 살아있는 하루하루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나는 이제 기적을 기다리지 않는다

황혼에 필요한 건 기적이 아니라 감탄이라는 말을,
나는 이제야 알겠다.

젊었을 때의 나는 늘 무언가를 기다렸다.
승진 소식, 사업의 반전, 누군가의 인정, 갑작스러운 행운.
인생이 한 번쯤은 나를 크게 들어 올려 줄 거라고 믿었다.
그 믿음으로 밤을 새우고, 이를 악물고, 앞만 보고 걸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인생은 크게 들어 올려 주기보다는,
조용히 곁에 앉아 있는 쪽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창문을 연다.
예전처럼 급하게 나갈 곳은 없다.
대신 바람 냄새를 맡는다. 계절이 조금씩 달라지는 냄새.
집앞 화단의 나무들이 어제보다 약간 더 말라 있거나, 조금 더 푸르러 있는 걸 본다.
그걸 알아차리는 데에는 이제 시간이 충분하다.

나는 요즘, 저녁을 기다린다.
노을이 지는 시간이 좋다.
부엌 창으로 붉은 빛이 스며들면 괜히 한참을 바라본다.
하루가 저렇게 조용히 물러나는구나 싶어서.

기적은 결국 오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상상하던 모양으로는.

하지만 돌아보면,
큰 병 없이 여기까지 온 것,
자식들이 제 앞가림을 하며 살아가는 것,
친구 몇이 아직 전화번호부에 남아 있는 것,
이 모든 것이 어쩌면 기적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그때의 나는 그것을 기적으로 부르지 않았다.
너무 평범해서,
너무 당연해서.

요즘 나는 작은 것에 자주 멈춘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그래도 꽤 버텼네.” 하고 혼잣말을 한다.

황혼은 무엇을 더 얻는 시간이 아니라
무엇이 이미 내 곁에 있었는지 알아보는 시간 같다.

나는 이제 기적을 기다리지 않는다.
대신 감탄한다.
오늘도 무사히 저녁을 맞은 것에,
노을이 여전히 아름답다는 것에,
그리고 그걸 바라볼 눈이 아직 내게 남아 있다는 것에.

황혼에 필요한 건 세상을 뒤집는 사건이 아니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일이다.

나는 오늘도,
조금 느린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참, 괜찮은 하루였어.”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은 뻔해 보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황혼에 필요한 감탄은 세상을 처음 보는 아이처럼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마음'**입니다. 숨 쉬는 것, 걷는 것, 계절이 바뀌는 것 자체에 감탄할 수 있다면 그 삶은 매 순간이 축제일 것입니다.

내 생의 마지막 끝에는 느낌표 하나 찍을 수 있는 기적보다 

수천 번의 감탄사로 닳아버린 부드러운 마침표 하나 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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