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에 이르러 사람을 보면, 젊어서 보던 것과는 다른 것이 보인다. 그 사람의 학벌도, 한때의 재산도, 젊은 날의 화려함도 다 지나간 이야기가 되고, 남는 것은 딱 하나—이 사람이 가벼운가, 무거운가 하는 것이다.
가벼운 사람은 지금도 여전히 눈에 먼저 띈다. 말이 유창하고, 반응이 빠르고, 자리를 즐겁게 만든다. 그런데 황혼에 이르러 보면 이제는 그 가벼움의 끝을 몇 번이고 목격하게 된다. 좋을 때는 곁에 있다가, 형편이 어려워지거나 몸이 아프면 슬며시 멀어지는 사람들. 오늘 한 말이 내일 바뀌고, 이 자리에서 하는 말과 저 자리에서 하는 말이 다른 사람들. 젊어서는 이런 사람과도 어울려 살 수 있었지만,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나이에는 그런 관계에 마음과 시간을 쓸 여유가 없다.
무거운 사람은 황혼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 진가가 드러난다. 젊어서는 밋밋하고 재미없어 보였을지 몰라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사람이 한 약속은 지켜졌고, 이 사람 앞에서든 뒤에서든 하는 말이 같았다. 큰 병을 앓을 때, 사업이 흔들릴 때, 배우자를 먼저 보내는 슬픔을 겪을 때—그 곁을 말없이 지킨 것은 대개 이런 사람이었다. 화려한 말 한마디 없이, 그저 그 자리에 있어 주는 것으로 충분한 사람.
다만 황혼에 이르러 깨닫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무겁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나치게 무거운 사람은 고집이 되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스스로도 그 무게에 짓눌려 산다.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은 모든 말에 반응하지 않고, 모든 다툼에 응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붙잡으려 하지 않는 지혜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 이미 마음을 정한 사람,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에게 애써 공을 들이는 것은 진심이 아니라 낭비일 때가 많다. 황혼에는 그런 것을 가려낼 줄 아는 것 자체가 무게다.
젊어서는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이 힘이라고 생각했다. 황혼에 이르니 알겠다—힘은 사람을 많이 아는 데 있지 않고, 몇 안 되는 무거운 사람을 곁에 두는 데 있다는 것을.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은 사업에서만 통하는 말이 아니다. 평생 가벼운 말과 가벼운 정을 뿌린 사람은 황혼에 가벼운 관계밖에 거두지 못하고, 묵묵히 신의를 뿌린 사람은 황혼에 무거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여생을 보낸다.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오늘이 가장 큰 축복이듯, 황혼에 이르러 곁에 무거운 사람 한둘을 두고 사는 것 또한 조용하지만 큰 복이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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