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좋아질(upgrade)때는 인식하지 못하다가, 나빠질(downgrade)때 비로소 깨닫는 대체로 어리석은 존재다
인간의 지각(awareness)의 비대칭성
우리는 좋아질 때는 적응하느라 모르고, 나빠질 때는 손실 때문에 비로소 깨닫는다. 그래서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하락을 뒤늦게 알아차리는 어리석음의 구조가 생긴다.
삶이 조금씩 좋아질 때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건강이 있을 때는 건강의 가치를 모르고,
곁에 사람이 있을 때는 그 존재의 소중함을 잊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도 그것이 영원할 것처럼 살아갑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잃고 나서야 비로소 선명해집니다.
무릎이 아파 계단을 오르기 힘들어질 때,
평범하게 걷던 날들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는지 깨닫습니다.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난 뒤에야
평범한 저녁 식사와 사소한 대화가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알게 됩니다.
은퇴 후 수입이 줄어든 뒤에야
젊은 날의 월급이 아니라, 꾸준히 저축하지 않았던 시간이 더 아쉽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인간은 업그레이드(Upgrade) 될 때는 무감각하고,
다운그레이드(Downgrade) 될 때 비로소 현실을 인식하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노년은 이러한 사실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시기입니다.
젊음은 사라지고,
체력은 줄어들며,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친구는 하나둘 떠나고,
생활비는 늘어나는데 수입은 줄어듭니다.
그때서야 우리는 깨닫습니다.
"건강은 돈으로 쉽게 살 수 없고,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며,
평범한 하루가 가장 귀한 자산이었다."
그러나 진정한 지혜는 잃은 뒤에 후회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좋을 때 감사하고,
건강할 때 관리하며,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사랑을 표현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미래를 준비하는 것.
그것이 후회를 가장 많이 줄이는 삶의 방식입니다.
황혼의 삶은 우리에게 조용히 말합니다.
"인생은 잃고 나서 깨닫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 가지고 있을 때 소중함을 아는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살아간다."
느리게 좋아지고, 갑자기 나빠지는 인간
인간은 대체로 조용히 좋아지고, 시끄럽게 나빠진다. 좋아지는 동안은 변화가 너무 미세해서 감지되지 않고, 나빠지는 순간은 기준선이 무너져 즉각적으로 충격을 준다. 이 비대칭이 인간을 어리석게 만든다.
좋아질 때 우리는 대개 자기서사를 강화한다. 조금 나아진 삶은 금방 익숙해지고, 익숙해진 순간부터 그것은 ‘원래 내 수준’이 된다. 월급이 오르면 잠시 기쁘지만 곧 기본값이 되고, 건강이 회복되면 감사함은 사라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 과정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쾌적적응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좋아진 상태는 조용히 스며들어,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자리 잡는다.
반대로 나빠지는 순간은 인간을 즉시 깨운다. 조금만 불편해져도, 조금만 잃어도, 조금만 무너져도 우리는 그제야 현실을 본다. 이때 작동하는 것이 손실회피다. 이득보다 손실에 두 배 이상 민감한 인간은, 하락을 겪는 순간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겼는지 깨닫는다.
그래서 인간은 상승기에는 자만하고, 하락기에는 뒤늦게 겸손해진다. 좋아질 때는 현실을 보지 못하고, 나빠질 때는 현실을 강제로 보게 된다. 이 구조 때문에 인간은 늘 조금 늦게 배우는 존재가 된다.
결국 인간의 어리석음은 무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지각의 비대칭성에서 온다. 좋아질 때는 인식하지 못하고, 나빠질 때 비로소 깨닫는 이 구조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종 전체의 패턴이다.
조용한 업그레이드와 갑작스러운 다운그레이드 사이에서 인간은 늘 뒤늦게 깨닫고, 뒤늦게 후회하고, 뒤늦게 겸손해진다. 이 느린 학습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인간을 어리석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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