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존재한다. 그 공간에 선택과 힘이 들어있다. 시련이 왔을 경우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힘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난다.
젊었을 때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누군가 나를 건드리면 즉시 반응했고, 상황이 나를 압박하면 곧바로 대응책을 찾았다. 반응의 속도가 곧 능력이라 여겼다. 빠르게 판단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라 믿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나서 보니, 그 즉각적인 반응들 중 상당수는 후회로 남았다. 감정이 앞선 말 한마디가 관계를 틀어지게 했고, 조급하게 내린 결정이 오히려 더 큰 손실로 돌아온 적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 모든 순간에는 아주 짧지만 분명한 틈이 있었다. 자극이 오고 반응이 나가기까지의 그 찰나의 공간. 문제는 그 공간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멈춤이 곧 힘이다
인간이 다른 존재와 구별되는 지점은 바로 이 공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은 자극에 즉각 반응한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그 사이에 멈춰 서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주어져 있다. 이 여지를 쓰지 않으면 인간도 자극에 끌려다니는 존재로 전락한다.
감정이 앞서면 관계에서 주도권을 잃는다. 이것은 오랜 세월 몸으로 겪은 사실이다. 화가 날 때 그 화를 그대로 쏟아내면 순간은 시원할지 몰라도, 그 다음에 남는 것은 관계의 균열과 되돌릴 수 없는 말들뿐이다. 반대로 그 찰나의 공간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스스로 선택한 사람은 같은 시련을 겪고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남는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삶을 다스리는 것
특히 인생의 중반을 지나면서 깨달은 것은, 거창한 목표보다 그날그날의 기분과 마음의 힘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안정된 기분이 안정된 하루를 만들고, 안정된 하루들이 모여 안정된 삶을 이룬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삶을 다스리는 것이라는 말은 철학이 아니라 현실이다.
충동적인 소비나 투자 결정을 피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본능은 흔히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끌지만, 잠시 멈추어 깊이 생각해보면 대개 지혜로운 선택이 드러난다. 그 멈춤의 시간이야말로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이며, 그 공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인생의 결을 결정짓는다.
나이가 들수록 소중해지는 공간
연세가 들면서 이 공간은 더욱 소중해진다. 모든 싸움에 다 응할 필요는 없고, 모든 말에 다 반응할 필요도 없다. 이미 마음을 정한 사람,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을 설득하려 애쓰는 것은 부지런함이 아니라 낭비인 경우가 많다. 나이 든 사람의 우정도, 인간관계도 느슨하게 쥐어야지 꽉 움켜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시련이 왔을 때 즉각 반응하지 않고, 그 공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스스로 고르는 것. 그것이 바로 자유이며 동시에 책임이다. 그리고 그 선택들이 쌓여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오늘, 그 공간을 기억하며
오늘도 어떤 자극이 찾아올 것이다. 예상치 못한 말, 원치 않는 상황, 마음을 흔드는 소식들. 그러나 그 자극과 나의 반응 사이에는 여전히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서 잠시 멈추고, 어떻게 받아들일지 스스로 선택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55년의 이민 생활과 팔십 평생을 지나오며 얻은 가장 값진 깨달음일 것이다.
오늘 하루도, 그 찰나의 공간을 기억하며 살아가고자 한다.
♡여유와 편안함이 함께하는 하루가 되시길....♡🙏🙏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