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3일 목요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살다 보면 누구나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아침에 눈을 뜨면 씻고, 옷을 입고, 문을 나선다.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라는 물음에 "그냥 그렇죠, 뭐"라고 답한다. 그 짧은 대답 속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생략되어 있는지, 우리는 서로 잘 알면서도 굳이 캐묻지 않는다.

나 역시 팔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그런 척을 참 많이도 했다. 자식들 앞에서는 걱정 없는 척, 친구들 앞에서는 서운함 없는 척, 아내 앞에서는 힘들지 않은 척. 그렇게 척하며 사는 것이 어른의 몫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깨닫는 것은, 그 척하는 마음 뒤에는 누구나 크고 작은 근심과 슬픔을 안고 산다는 사실이다.

젊었을 때는 나만 유독 힘들다고 생각했다. 남들은 다 순탄하게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이렇게 애를 쓰며 사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역만리 타국에서 오십오 년을 살아보니 알게 되었다.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밤이면 홀로 앓는 밤이 있고, 늘 웃는 사람도 마음 한구석에는 풀지 못한 응어리가 있다는 것을. 사연 없는 인생은 없었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도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다. 후회되는 선택도 있었고, 지키지 못한 약속도 있었고, 끝내 풀지 못한 오해도 있었다. 자식들을 키우면서 부족했던 순간들, 아내에게 미안했던 순간들이 지금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그런 순간들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곤 했는데,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려 한다. 완벽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나도 다른 모든 사람처럼 한 사람의 몫을 살아냈을 뿐이라고.

이제 인생의 황혼에 다가서서 보니, 삶이란 원래 완벽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니, 완벽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다들 저마다의 짐을 지고, 저마다의 속도로, 저마다의 방식으로 걸어갈 뿐이다. 넘어지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시 일어서서 걷는다. 그게 삶이었다.

그러니 지금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것이 잘못 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저 그것이 삶의 자연스러운 무게일 뿐이라고. 나 또한 여든다섯 해를 살아오며 숱한 근심과 아픔을 지나왔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완벽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사람다웠던 것 같다.

이제 와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남은 시간만큼은 억지로 괜찮은 척하지 않고 살고 싶다. 힘들면 힘들다고, 그리우면 그립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싶다.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굳이 척하지 않아도 된다고, 부족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삶에 완벽은 없었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고, 함께 걸어왔다. 그것으로 충분했다고, 이제는 그렇게 믿는다.

완벽한 삶은 없지만 견디며 살아가는 삶에는 완성의 순간들이 있다. 작은 배려, 작은 인내, 작은 용기 같은 것들.

완벽과 완성은 다른 것이었다. 완벽은 흠이 없는 상태지만, 완성은 그 흠들을 다 끌어안고도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돌아보면 내 인생에도 완성의 순간들이 있었다.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아주 작은 것들이었다.

 화가 치밀어도 한 번 더 참고 말을 삼키던 순간, 두려웠지만 낯선 땅에서 첫걸음을 내딛던 순간. 자식이 실수했을 때 나무라는 대신 안아주었던 순간, 아내가 서운해할 때 먼저 손을 내밀었던 순간. 그런 작은 배려와 작은 인내와 작은 용기들이 모여서, 완벽하지는 않아도 완성된 하루하루를 만들어냈다.

큰 것을 이루려 애쓰던 젊은 날에는 그런 작은 순간들의 가치를 잘 몰랐다. 하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인생을 지탱해온 것은 결국 그 작은 조각들이었다. 완벽을 향해 달려가지 않아도 괜찮았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매일매일 작게 베풀고, 작게 견디고, 작게 용기를 낸 그 순간들이 쌓여, 어느새 한 사람의 삶을 완성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에게 작은 배려를 건네고, 힘든 일을 조금 더 참아내고, 작은 용기 하나를 내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완벽한 삶을 살지 못했다고 아쉬워할 것이 아니라, 그 작은 완성의 순간들을 하나씩 쌓아온 것을 감사하며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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