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는 진심을 쏟을 곳을 골라야 한다
젊을 때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족에게도, 직장에도, 친구에게도, 내가 맡은 일에는 진심을 다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노년이 되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모든 것에 진심을 다하기에는 이제 나에게 남은 시간과 체력이 넉넉하지 않다.
아침에 눈을 뜨면 건강부터 살펴야 한다.
약도 챙겨야 하고, 병원 예약도 해야 한다.
집안일도 해야 하고, 돈 나갈 곳도 살펴야 한다.
자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신경 쓰이고, 배우자의 건강도 걱정된다.
젊을 때처럼 무엇이든 마음먹으면 해낼 수 있는 몸이 아니다.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닫게 된다.
그래서 노년에는 진심을 다하는 것보다 진심을 쏟을 곳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모든 사람의 부탁을 들어줄 필요도 없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도 없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까지 얻으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이미 지나간 관계를 붙잡기 위해 내 마음과 체력을 소모할 이유도 없다.
노년의 시간은 젊을 때와 다르다.
젊을 때 잃어버린 돈은 다시 벌 수 있고,
놓친 기회는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 노년의 시간은 다르다.
오늘 하루를 허무하게 보내면 그 하루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남은 시간을 어디에 쓸 것인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써야 한다.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안한 사람,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하는 사람, 어려울 때 곁에 있어 주었던 사람에게 마음을 써야 한다.
배우자라면 더욱 그렇다.
오랜 세월 함께 살다 보면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져 고마움을 잊기 쉽다.
밥을 차려주는 것도, 약을 챙겨주는 것도, 병원에 함께 가주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노년의 부부에게는 그런 작은 행동들이 사랑의 마지막 형태가 되기도 한다.
거창한 사랑보다
"약 먹었어요?"
"오늘은 좀 쉬어요."
"같이 걸을까요?"
이런 짧은 말 한마디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좋아하는 일에도 진심을 쏟아야 한다.
돈이 되지 않아도 좋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좋다.
책을 좋아하면 천천히 책을 읽고,
걷기를 좋아하면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걸으면 된다.
음악을 좋아하면 좋은 음악을 듣고,
정원을 좋아하면 작은 화분 하나라도 정성껏 돌보면 된다.
노년의 취미는 성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남은 삶을 살아 있다는 느낌으로 채우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사람에게 익숙함이 생기면 좋아하는 것마저 대충하게 된다는 데 있다.
처음에는 소중했던 배우자도 어느 순간 당연해지고,
처음에는 즐거웠던 취미도 귀찮아진다.
"다음에 하지 뭐."
"나중에 하지."
"오늘은 피곤하니까."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1년이 지나간다.
그러다 어느 날 건강이 허락하지 않거나, 함께하던 사람이 떠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그때 조금 더 잘할걸.
그때 한 번 더 같이 갈걸.
그때 고맙다고 말할걸.
노년의 후회는 대개 하지 못한 일보다
할 수 있었을 때 하지 않은 일에서 더 크게 찾아온다.
그래서 이제는 좋아하는 것을 뒤로 미루지 말아야 한다.
물론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여행도, 취미도, 인간관계도, 돈도 예전처럼 마음껏 쓸 수 없다.
그러나 가진 것 안에서 진심을 다할 수는 있다.
비싼 식당에 갈 형편이 안 된다면 집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으면 된다.
멀리 여행할 수 없다면 가까운 공원이라도 함께 걸으면 된다.
많은 사람을 만날 필요가 없다면 마음 맞는 몇 사람과 깊이 이야기하면 된다.
노년의 행복은 더 많이 하는 데 있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데 있다.
그러니 이제는 모든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자.
사소한 말 한마디에 화내느라 하루를 소비하지 말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의 평가 때문에 마음을 흔들지 말자.
남과 비교하는 데 진심을 쓰지 말고,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데 진심을 쓰지 말자.
그 마음과 시간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자.
내 건강을 지키는 데 쓰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데 쓰자.
그리고 오늘이라는 시간을 조금 더 편안하게 살아가는 데 쓰자.
노년에는 진심도 자원이다.
체력처럼 한정되어 있고, 시간처럼 되돌릴 수 없다.
그러므로 아무 곳에나 진심을 흩뿌리지 말자.
진심을 받아줄 사람에게 진심을 주고,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에 시간을 쓰고,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에 마음을 쓰자.
인생의 마지막 장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았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느냐도 아니다.
결국 남는 것은
내가 무엇을 사랑했고, 누구에게 마음을 다했고,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았는가일 것이다.
그러니 노년에는 진심을 아끼지 말자.
다만 아무 곳에나 쓰지는 말자.
남은 시간이 많아서가 아니라,
남은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에
진심을 쏟을 곳을 골라야 한다.
그리고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일,
정말 소중한 하루를 만났다면
그때만큼은 대충 살지 말자.
그것이 노년을 후회 없이 살아가는
가장 현실적인 지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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