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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내일(1992년 8월 29일)이 아버지 생신입니다. 세월이 서른네 해 흘렀지만, 이 시기가 오면 마음 한쪽이 여전히 반응합니다. 감정은 오래되었지만, 낡지는 않았습니다.
어머니를 먼저 보내시고 뒤늦게 새 인연을 만나셨던 시절을 그때의 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 삶을 꾸리느라 바빴고, 아버지가 어떤 외로움 속에서 하루를 버티셨는지 깊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새어머니마저 먼저 떠난 뒤, 아버지가 얼마나 많은 밤을 혼자 견디셨을지 이제야 짐작할 뿐입니다.
나이가 들고 보니 그제야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살갑게 손을 잡아드리지 못한 일, 따뜻한 말을 넉넉히 건네지 못한 세월이 남습니다. 장남이라는 자리는 아버지가 떠난 뒤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삼남 삼녀. 형제자매가 화목하게 지내면 좋았겠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각자의 사정 속에서 서운함이 쌓였고, 마음이 멀어진 형제도 있습니다.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는 그래도 중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중심이 사라진 채 각자 흩어져 있습니다.
아버지 생신을 맞아 마음을 다시 정리합니다. 화목은 하루에 이루어지지 않고, 그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완벽하게 하나가 되지 못하더라도, 미워하는 마음보다 이해하려는 마음을 조금씩 넓히고자 합니다. 아버지가 보고 계신다면, 서로 등을 돌리는 모습보다 조심스럽게라도 다시 다가서는 모습을 더 기쁘게 여기시리라 생각합니다.
아버지, 살갑지 못했던 아들을 용서해주십시오. 그리고 지켜봐 주십시오. 남은 형제들이 오늘보다 내일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다음 생신에는 서로 손을 잡고 아버지께서 남겨주신 은혜에 조용히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생신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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