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커다란 감동이나 눈부신 성취보다, 문득 떠올리는 것만으로 입가에 작고 은은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자주 만나 깊은 속내를 털어놓지 않아도, 그저 ‘잘 지내고 있는지’ 흘러가는 말처럼 건네는 안부 한 마디에 마음의 짐이 가벼워지는 그런 존재 말입니다.
젊은 날의 인연은 때로 서로를 채우거나 증명하기 위한 관계일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삶의 수많은 계절을 지나며 깨닫게 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가치는 ‘편안함’이라는 사실입니다.
그 편안함은 결코 그 사람이 많은 것을 가져서도, 나에게 특별한 이득을 주어서도 아닙니다. 내 편에서 무언가를 포장하거나 체면을 차릴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못난 모습이나 가슴속 울컥하는 고통까지도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을 건네주기 때문입니다. 나의 눈물을 묵묵히 받아주고, 그 의미를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심장 따뜻한 사람.
그런 이와 나누는 차 한 잔에는 거창한 성공담이나 화려한 미래보다, 소소하게 흘러가는 인생의 진솔한 결이 담겨 있습니다. 다가가고 싶을 때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두고, 서로의 걸음걸이에 맞추어 곁을 지켜주는 사람.
생각해보면 내 삶의 주변에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에게 나 역시 그런 기분 좋은 쉼표 같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이 주는 가장 담백하고도 커다란 은혜입니다. 오늘 하루, 내 마음을 가만히 보듬어주는 그 고마운 얼굴을 떠올리며 나지막이 감사를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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