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휘날리며 어디로든 터를 잡고 억척스럽게 꽃을 피워내는 민들레는, 돌아보면 우리네 인생과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길을 걷다 문득 발밑에서 피어난 민들레를 보면, 나이 들어가는 삶이 떠오른다. 젊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황혼에 들어서야 비로소 보인다. 작고 흔한 풀 한 포기가, 늦은 나이의 삶을 조용히 비춰주는 거울이 된다.
황혼의 삶은 화려하지 않다.
젊은 날처럼 무엇인가를 이루었다고 크게 자랑할 일도 많지 않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는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 않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세상은 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변해간다.
그러나 인생의 깊이는 화려함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황혼에 이르면 무엇을 더 가지느냐보다 무엇을 지키느냐가 중요해진다. 건강을 지키고, 배우자와의 관계를 지키고, 오래된 친구 한두 사람을 지키고,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는 마음과 스스로의 품위를 지키는 것. 그것만으로도 하루는 충분히 값지다.
민들레는 화려한 꽃이 아니다.
누구도 민들레를 보고 감탄하며 꽃다발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무도 돌보지 않는 길가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비바람을 견디며, 때가 되면 노란 꽃을 피운다.
황혼의 삶도 그와 닮았다.
젊은 날에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내가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이면 된다. 큰 집보다 편안한 집이 좋고, 많은 사람보다 마음이 통하는 몇 사람이 좋다. 비싼 음식보다 속이 편한 한 끼가 고맙고, 먼 여행보다 두 다리로 동네를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아침이 소중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은 덕이다.
말 한마디를 조심하는 것,
상대방의 사정을 한 번 더 헤아리는 것,
받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감사하는 것,
자식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는 것,
배우자의 부족함을 들추기보다 서로의 늙어감을 이해하는 것.
이런 것들은 세상에서 크게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바로 이런 작은 덕들이다.
황혼에는 돈도 중요하고 건강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노년의 삶이 편안해지는 것은 아니다. 돈이 있어도 마음이 불편하면 하루가 길고, 건강이 좋아도 곁에 사람이 없으면 외롭다. 결국 남은 세월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가, 그리고 지금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니 이제는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자신을 소모하지 말고, 이미 지나간 일을 붙잡고 후회하지도 말자.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도 말자. 남은 날에는 내 삶의 크기를 현실에 맞게 줄이고, 마음의 무게도 조금씩 덜어낼 필요가 있다.
민들레는 작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화려하지 않지만 계절이 돌아오면 다시 피어난다.
우리의 황혼도 그러했으면 좋겠다.
크게 빛나지는 않아도 조용히 따뜻하고,
많이 가지지는 않아도 부족함에 흔들리지 않고,
많은 사람을 만나지는 않아도 곁에 있는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삶.
인생의 마지막 계절에는
화려한 꽃보다 오래 견디는 뿌리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작은 덕 하나 품고 살아가는 사람의 하루는, 겉으로는 평범해 보여도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진다.
황혼의 아름다움은 젊음의 빛을 다시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세월이 만들어 준 깊이로 남은 날들을 조용히 살아가는 데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