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4일 금요일

인생은 ‘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나이가 들수록 하루의 무게가 달라진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조건이 붙는다. 몸이 허락해야 하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시간도 비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사람은 깨닫는다. 인생은 ‘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젊을 때는 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내일도 있고, 다음 달도 있고, 몇 년 뒤도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중년을 지나면 시간의 성질이 바뀐다. 미래는 더 이상 넉넉한 창고가 아니라, 점점 좁아지는 복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미루는 습관이 위험해진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넘기면, 그 내일은 생각보다 쉽게 사라진다.

시간과 건강, 그리고 마음의 여유는 결코 우리를 영원히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나중에', '형편이 나아지면', '다음 기회에'라며 미루어 둔 일들은 결국 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와서야 아쉬움으로 남곤 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언젠가'라는 말이 무한한 수표처럼 느껴지곤 했습니다. 형편이 조금 더 나아지면, 지금 맡은 일들이 일단락되면, 혹은 나중에 더 여유가 생기면 미뤄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리라 다짐하곤 했지요. 하지만 세월이 겹겹이 쌓이며 깨닫게 되는 삶의 서글프고도 명쾌한 진실은, ‘할 수 있을 때’라는 유효기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는 점입니다.

인생은 결코 우리를 온전히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내 발로 유유히 길을 걸을 수 있는 것도, 마음이 통하는 이에게 망설임 없이 안부를 전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지금이라는 시간의 창문이 열려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너무나 당연하게 누렸던 일상의 소소한 동작들이 어느 날 문득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언제든 다시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았던 장소가 먼 풍경으로 남기도 합니다.

따라서 현실적인 삶의 지혜는 거창한 포부나 아득한 미래를 기약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오늘 나에게 허락된 만큼의 걸음을 천천히 옮겨보고, 손끝에 느껴지는 따뜻한 찻잔의 온기를 음미하며,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작은 일상에 온전히 머무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순간에 삶이 주는 선물을 온전히 수령하는 가장 솔직한 태도입니다.

'나중에'라는 불확실한 약속에 오늘이라는 귀한 재료를 허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누릴 수 있는 인생은 언제나 '지금 내가 움직이고 느낄 수 있는 바로 그 순간'뿐입니다. 오늘 하루, 내게 허락된 평온과 자유로움 속에서 가장 빛나는 일상을 마음에 담아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