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하루의 무게가 달라진다.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조건이 붙는다. 몸이 허락해야 하고,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시간도 비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사람은 깨닫는다. 인생은 ‘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젊을 때는 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내일도 있고, 다음 달도 있고, 몇 년 뒤도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중년을 지나면 시간의 성질이 바뀐다. 미래는 더 이상 넉넉한 창고가 아니라, 점점 좁아지는 복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미루는 습관이 위험해진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넘기면, 그 내일은 생각보다 쉽게 사라진다.
시간과 건강, 그리고 마음의 여유는 결코 우리를 영원히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나중에', '형편이 나아지면', '다음 기회에'라며 미루어 둔 일들은 결국 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와서야 아쉬움으로 남곤 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언젠가'라는 말이 무한한 수표처럼 느껴지곤 했습니다. 형편이 조금 더 나아지면, 지금 맡은 일들이 일단락되면, 혹은 나중에 더 여유가 생기면 미뤄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리라 다짐하곤 했지요. 하지만 세월이 겹겹이 쌓이며 깨닫게 되는 삶의 서글프고도 명쾌한 진실은, ‘할 수 있을 때’라는 유효기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는 점입니다.
인생은 결코 우리를 온전히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내 발로 유유히 길을 걸을 수 있는 것도, 마음이 통하는 이에게 망설임 없이 안부를 전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지금이라는 시간의 창문이 열려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너무나 당연하게 누렸던 일상의 소소한 동작들이 어느 날 문득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언제든 다시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았던 장소가 먼 풍경으로 남기도 합니다.
따라서 현실적인 삶의 지혜는 거창한 포부나 아득한 미래를 기약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오늘 나에게 허락된 만큼의 걸음을 천천히 옮겨보고, 손끝에 느껴지는 따뜻한 찻잔의 온기를 음미하며,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작은 일상에 온전히 머무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순간에 삶이 주는 선물을 온전히 수령하는 가장 솔직한 태도입니다.
'나중에'라는 불확실한 약속에 오늘이라는 귀한 재료를 허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누릴 수 있는 인생은 언제나 '지금 내가 움직이고 느낄 수 있는 바로 그 순간'뿐입니다. 오늘 하루, 내게 허락된 평온과 자유로움 속에서 가장 빛나는 일상을 마음에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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