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말을 잘하는 일이 아니라 감정을 잘 다루는 일이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렇다.
배우자에게 서운한 말을 들었을 때, 자녀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친구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우리는 쉽게 감정부터 앞세운다.
“왜 나한테 그렇게 말해?”
“내가 너를 위해 얼마나 했는데.”
“그럴 거면 다시는 하지 마.”
그 순간에는 내가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정이 앞서면 대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주도권을 상대에게 넘겨주게 된다.
상대가 한마디 하면 나는 두 마디를 하고, 상대가 화를 내면 나도 화를 낸다. 결국 상대의 말과 행동에 따라 내 감정이 움직인다.
내가 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순간, 나의 평정심은 상대의 손에 맡겨진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은 말솜씨보다 감정의 거리다.
화가 난다고 바로 답하지 않는 것,
서운하다고 즉시 따지지 않는 것,
상대의 무례함에 똑같은 무례함으로 돌려주지 않는 것.
때로는 한마디를 참는 것이 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내 감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강한 태도다.
특히 황혼의 삶에서는 더욱 그렇다.
젊을 때는 관계가 많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도 많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관계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오래 함께 살아온 배우자, 자녀, 몇몇 친구들이 삶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런 관계일수록 작은 감정 하나가 오래 남는다.
그래서 모든 서운함을 말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상대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보다 내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가 황혼이다.
물론 참는 것과 무조건 양보하는 것은 다르다.
상대가 나를 계속 무시하거나 이용한다면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관계를 지키기 위해 자존심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경계를 세우는 것과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차분하게 말할 수 있을 때 말하고, 필요하다면 거리를 두고, 더 이상 설명할 가치가 없다면 조용히 물러나는 것.
이것이 오히려 관계에서 주도권을 지키는 방법이다.
감정적인 사람은 상대의 행동에 끌려가지만, 감정을 다스리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선택한다.
인생 후반으로 갈수록 이 차이는 더욱 커진다.
사람을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논쟁에서 마지막 말을 차지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하루를 마치고 혼자 있을 때
“오늘 나는 내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았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관계의 주도권은 목소리가 큰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에게 있다.
화를 낼 수 있지만 참을 줄 알고,
따질 수 있지만 지나갈 줄 알고,
붙잡을 수 있지만 놓아줄 줄 아는 사람.
그 사람이 결국 자신의 삶과 관계를 가장 오래 지켜낸다.
황혼의 삶에서 진짜 강함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나를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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