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일 일요일

우리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우리는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산에 걸려 넘어지지는 않는다.
거대한 산은 멀리서도 잘 보이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신발 끈을 고쳐 매며 조심스레 올라가지만, 발밑의 작은 돌부리는 방심하는 순간 순식간에 몸을 흔들어 놓곤 하지요.



산을 오르는 사람은 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이미 각오했고, 지도를 챙겼고, 배낭에는 물과 여벌 옷과 비상약이 들어 있다. 산은 크고 분명해서, 오히려 사람을 신중하게 만든다. 정작 발목을 접질리게 하는 건 정상 근처의 가파른 절벽이 아니라, 하산길에 무심코 밟은 손바닥만 한 돌 하나다.

요즘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큰일에는 꽤 강하다.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 관계의 파국 같은 것들 앞에서 사람은 의외로 이성을 붙잡는다. 위기라는 걸 알아채는 순간, 몸은 자동으로 대응 모드에 들어간다. 정보를 찾고, 사람을 만나고, 계획을 세운다. 큰 산은 우리를 긴장시키지만, 동시에 우리를 깨어 있게 한다.

문제는 그 사이사이에 있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돌부리들이다.

자기 전 30분만 보려던 스마트폰이 두 시간이 되는 밤. "다음 주엔 꼭"이라고 미뤄둔 병원 예약. 별일 아니라 여기고 넘긴 친구의 서운한 말투. 오늘 하루쯤이야 하고 건너뛴 운동, 그리고 그 하루가 쌓여 만들어진 석 달. 이런 것들은 각각 떼어놓고 보면 정말 별것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방심한다. 대비하지 않는다. 밟는 순간까지도 그게 나를 넘어뜨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특히 지금 이 시대는 돌부리의 밀도가 유난히 높다. 알림은 초 단위로 울리고, 해야 할 일은 잘게 쪼개져 끝없이 리스트에 쌓인다. 하나하나는 5분짜리, 10분짜리 사소한 일들이지만, 그것들이 하루를 잠식하고 나면 정작 중요했던 산은 오르지도 못한 채 하루가 저문다. 번아웃이라는 것도 대개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커다란 산이 아니라, 매일 무심코 밟아온 자잘한 돌들이 몸속에 쌓여 생긴 결과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산을 오르는 각오가 아니라, 발밑을 보는 습관일지 모른다.

거창한 목표나 결단보다, 오늘 미룬 그 작은 연락 한 통, 넘긴 그 5분의 정리, 무시한 몸의 신호 하나를 다시 살피는 일. 그것이 실은 가장 현실적인 대비다. 우리는 여전히 큰 산 앞에서는 곧잘 각오를 다진다. 그러나 정말 지켜야 할 것은, 매일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그 작은 돌들 앞에서의 태도다.

산은 걸려 넘어지라고 있는 게 아니다. 넘어야 할 것이라는 걸 우리는 이미 안다. 우리를 넘어뜨리는 건 언제나,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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