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 성향으로 잘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7월 코스피가 겪은 혹독한 급락세는 산전수전 다 겪은 이들 투자자조차 동요하게 만들었으며, 변동성을 견딜 수 있는 그들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후반의 김한경 씨처럼 다시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3조 9천억 달러 규모의 이 시장을 카지노에 비유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금요일 코스피가 18%나 급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인 규모의 주식을 매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피는 7월 한 달간 22% 하락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소셜 미디어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으며, 그 화살은 주로 정부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주도한 증시 개혁 움직임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의 등장에 힘입어, 개인 투자자들은 5월과 6월 사이 코스피 시장에 약 78조 원(542억 달러)을 쏟아부었으나, 7월 들어 지수가 요동치면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지난 5월 초 처음으로 한국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는 김 씨는 "당시는 그야말로 '코스피 열풍'의 시대였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그 광풍에 완전히 휩쓸렸었죠. 지금은 솔직히 겁이 납니다. 그래서 이제 두 가지 원칙을 마음속에 새겼습니다. 첫째, 한국 주식 시장에 투자하지 않는다. 둘째, 첫 번째 원칙을 따른다."
이달 들어 코스피 주식 거래가 네 차례나 중단되었는데, 이는 올해 이전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던 제도인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 중단)' 발동 횟수로는 기록적인 수치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개인 투자자의 투자 기회를 확대하고 해외 유사 상품으로의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5월 말 도입된 ETF가, 이제는 변동성을 키웠다는 비판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아파트를 담보로 5천만 원을 대출받아 주식 투자를 해온 40세 이정민 씨는 "정부가 레버리지 ETF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주식 시장을 카지노처럼 만들어버린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7월에 나타난 급격한 시장 하락세는 그간 한국 주식 시장에 형성되었던 낙관론이 꺾이면서 발생했습니다.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속한 한국 시장은 여전히 AI(인공지능) 열풍의 최대 수혜지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 두 종목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습니다.
7월에 주가가 21% 하락한 삼성전자는 2025년 초 대비 여전히 4배 이상 오른 상태입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35%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상승 폭은 10배에 육박합니다. 코스피는 최근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2026년 들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시장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7년 넘게 주식 투자를 해온 33세 김동우 씨는 "이 정도 수준의 변동성은 시장이 여전히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변동성 확대는 한국 시장의 주요 특징이었지만,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는 여전히 많은 투자자를 AI 관련 대형주에 대한 집중 투자와 신용 거래(레버리지)를 활용한 주식 매수로 이끌었습니다.
런던 소재 eToro 그룹의 글로벌 시장 애널리스트인 랄레 아코너(Lale Akoner)는 "이는 '쏠림 현상(crowded trade)'과 레버리지가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레버리지 축소(디레버리징) 과정이 며칠 만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투자자들은 향후 몇 달간 기술주와 반도체 주가의 급격한 등락을 예상해야 한다"면서도 "이것을 AI 투자 논리 자체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당국도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지난 7월 중순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의 신규 상장을 일시 중단했으며, 지난주에는 주식 시장을 안정시키고 개인 투자자의 이러한 상품 접근을 제한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개인 투자자와 시장 참여자들은 이러한 조치가 너무 늦었다고 지적합니다. 싱가포르 인도수에즈 자산운용(Indosuez Wealth Management)의 아시아 담당 수석 전략가 프랜시스 탄(Francis Tan)은 "현재 상황은 정부에게 상당한 도전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를 내다볼 때, 한국 증시의 상승세를 견인했던 AI 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게 지난 7월은 막대한 수익을 안겨줄 수 있었던 바로 그 요인들이 순식간에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시장이 손실을 만회하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회원 수 6만 4천 명을 보유한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정의정 대표는 "개인 투자자들은 정부에 대해 격분하고 있다"며 "분노와 비판의 수위가 최고조에 달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원인 분석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을 복합적 요인으로 진단합니다.
- 중국 반도체 추격 우려 —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 추격 우려가 촉발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다만 아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이 중국 기업들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문 — 그동안 급등을 이끌었던 AI·반도체 테마에 대해 "정말 그만한 수익을 낼 수 있는가"라는 회의론이 확산됐습니다.
- 레버리지 강제 청산 — 레버리지 포지션이 강제로 축소되면서 낙폭이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즉 원인 자체가 기업 실적 악화라기보다, 단기 급등에 따른 시장 내부의 과도한 포지션이 해소되는 과정에 가깝다는 진단이 우세합니다.
한 가지 안심되는 대목은, 주가가 급락하는 와중에도 원화 환율과 외환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외환위기 같은 시스템 위기가 아니라 증시 내부 문제라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앞으로의 전망
증권가는 대체로 낙관적입니다.
7월 급락이 기초체력 대비 과도했다는 평가가 많고, 8월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실제로 7월 31일 코스피는 사흘간의 폭락을 딛고 하루 만에 17.91% 급등하며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대신증권은 코스피가 6000선 중후반에서 안착하면 단기간에 8000선 돌파도 가능하다고 보고, 키움증권은 8월 코스피 상단을 7800으로 제시했습니다.
다만 몇 가지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 8월 26일로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AI·반도체주 투자심리를 가를 핵심 분기점으로 꼽힙니다.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 한국 반도체주에 다시 매도세가 나타날 수 있고, 반대로 AI 매출 증가세가 확인되면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 미국 고용지표, 소비자물가 등 8월 발표될 미국 경제지표와 통화정책도 지켜봐야 할 요소입니다.
한편 좀 더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영란은행이 AI 투자 과열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급격한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AI 거품 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어 완전히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단기적으로는 기술적 반등 국면에 진입했다는 게 증권가 중론이지만, AI 산업 전반의 거품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는 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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