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4일 토요일

얼마 남지 않을 여생을 생각하며

 

風燭殘年

풍촉잔년

바람 앞의 촛불 같은 남은 해라는 뜻으로, 나이가 많아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별로 이루어 놓은 것도 없이 살아온 인생이 벌써 팔십이라니, 세월이 유수 같다는 말이 참으로 절실하게 느껴진다. 돌이켜 보면 언제나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었는데, 어느 덧 남은 날이 얼마나 될지 !! 

좋은 글이 있어 옮겨본다

세계가 존경한 리더십 전문가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원칙’에서 ‘끝을 생각하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끝을 생각하며 시작한다는 것은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 지니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기준으로 삼아 살아가는 것이다. 죽을 때 남기고 싶은 것, 사람들의 머리 속에 기억되고 싶은 이미지를 잣대로 지금 해야 할 일을 결정하고 선택하며 삶을 일궈가는 것이다.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을 부리고 눈앞의 이익을 취하려 양심을 버린다. 자신에게만은 마지막이 오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며 성공과 성취, 이득을 위해 지금의 행동을 선택한다. 손에 잡히지 않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질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지막이 닥치지만 대부분은 무방비 상태다.

안타까운 현실은 미국의 의사 아툴 가완디가 지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란 책을 보면 말기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들조차 다수가 자신의 마지막을 인정하지 못해 죽음에 대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마지막, 죽음은 생각한 적이 없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조금 더 사는데 주력하다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을 정말 쓰고 싶은 곳에 쓰지 못한 채 수술과 호흡기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관에 의지한 채 세상과 작별을 고하게 된다.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조차 자신의 마지막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데 평소에 코비의 조언처럼 자신의 장례식을 떠올리며 살아가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물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소개된 스탠포드대학 심리학과 교수 로라 카스텐슨의 연구가 비결을 암시한다.

카스텐슨은 자신에게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시간에 따라 인생을 보내고 싶어하는 방법이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젊고 건강할 때는 영원히 살 것처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이 즐기고 더 많이 경험하고 배우는데 주력한다. 가족과 함께 있기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를 원하고 자신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일에 몰두하기보다는 세상이 칭송하는 것을 이루고 달성하고 정복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거나 건강이 나빠져 삶의 시야가 축소되고 마지막이 머지않았음을 실감하면 삶의 초점이 지금 이 순간, 이 곳으로 옮겨오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나이에 관계없이 인생이 생각보다 짧고 불현듯 마지막이 닥칠 수 있음을 깨닫는 경험을 했거나 생명의 덧없음을 두드러지게 느끼는 사건을 겪은 사람들은 노인들과 마찬가지로 성공이나 야망을 좇는데 시간을 쓰기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순간순간 충실히 지내는데 더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예컨대 교통사고로 죽을 뻔한 경험을 하면 삶에 대한 관점이 좀더 성찰적으로 바뀌었고 9.11 테러 같은 사건 직후에는 세속적인 성공보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마지막을 생각하지 않을 때는 세상이 좋다고 추앙하는 것을 찾아 밖으로 나돌지만 인생에 마지막이 있음을 알게 되면 결국은 자신의 내면으로 돌아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고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며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깨닫는다. 수많은 현자들이 ‘지금 이 순간을 살라’는 한결같은 가르침을 주는 이유도 여기 있다.

(권성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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