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5일 토요일

때늦은 후회

 

평생을 일그러진 얼굴로 숨어 살다시피 한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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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었는데 심한 화상을 입어 자식들을 돌볼 수가 없어 고아원에 맡겨 놓고 시골의 외딴집에서 홀로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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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버지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자식들은 아버지를 원망하며 자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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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버지라며 나타난 사람은 화상을 입어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손가락은 붙거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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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이 나를 낳아준 아버지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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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은 충격을 받았고, 차라리 고아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더 좋았다며 아버지를 외면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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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자식들은 성장하여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사람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혼자 외딴집에서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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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뒤,

자식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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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왕래가 없었고 아버지를 인정하지 않고 살았던 자식들인지라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별다른 슬픔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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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신들을 낳아준 아버지의 죽음까지 외면할 수 없어서 시골의 외딴집으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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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집에서는 아버지의 차가운 주검만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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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노인 한 분이 문상을 와서 아버지께서는 평소에 버릇처럼 화장은 싫다며 뒷산에 묻히기를 원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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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식들은 아버지를 산에 묻으면 명절이나 때마다 찾아와야 하는 등 번거롭고 귀찮아서 화장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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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화장하고 돌아온 자식들은 다시 아버지의 짐을 정리해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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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덮었던 이불이랑 옷가지들을 비롯해 아버지의 흔적이 배어 있는 물건들을 몽땅 끌어내 불을 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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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책들을 끌어내 불 속에 집어넣다가 빛바랜 아버지의 일기장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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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이 일기장에 막 붙는 순간 왠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얼른 꺼내 불을 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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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연기가 나는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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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일기장을 읽다가 그만 통곡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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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속에는 아버지께서 보기 흉한 얼굴을 가지게 된 사연이 쓰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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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얼굴을 그렇게 만든 것은 바로 자신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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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은 죽은 아내와 아이들에게 쓰는 편지로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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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내가 당신을 여보라고 부를 자격이 있는 놈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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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당신을 업고 나오지 못한 날 용서하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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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부짖는 어린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뒤로 하고 당신만을 업고 나올 수가 없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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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 곁으로 가려고 하니 너무 날 나무라지 말아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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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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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아버지로서 해준 것이 없지만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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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내 아들 딸에게.

평생 너희들에게 아버지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이렇게 짐만 되는 삶을 살다가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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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 불구하고 한 가지 부탁을 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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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거들랑 절대로 화장은 하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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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불이 싫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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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밤마다 불에 타는 악몽에 시달리며 30년 넘게 살았단다. 그러니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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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자식들은 후회하며 통곡하였지만 아버진 이미 화장되어 연기로 사라진 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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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노력해도 그 깊이를 넘어서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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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 사랑 다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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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희생 앞에서 그저 가슴 먹먹한 눈물만 흐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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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받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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