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등공신, 당신에게
어머니라는 깊은 바다를 건너와 낯선 땅 로스앤젤레스에 첫발을 내디뎠던 날, 우리 손에 들린 낡은 이민 가방 하나가 우리가 가진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그 뜨거운 태양을 뒤로하고 찾아든 필라델피아. 쉰번의 겨울이 지나가는 동안 당신은 묵묵히 내 곁을 지키는 아내라는 강이었습니다. 한 푼 두 푼, 손마디가 닳도록 아끼고 갈무리하며 당신은 우리 삶의 빈자리를 알뜰히 채워나갔습니다.
낯선 말과 차가운 시선 속에서도 자식들 앞에서는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당신. 그 지극한 정성이 거름이 되어 이 땅에 두 아들이 훌륭한 사회인으로 깊고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습니다.
사람들은 필라델피아의 역사를 말하지만, 내게는 당신이 일궈온 54년의 살림살이가 세상 그 무엇보다 위대한 역사입니다. 당신이라는 강물이 마르지 않고 흘러주었기에 우리 집안의 나무들이 이토록 푸르게 자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백발이 되어 서로의 손등을 어루만져 봅니다. 고맙습니다, 나의 일등공신. 나의 시작이었던 바다보다 더 깊은 사랑으로 이 척박한 땅을 옥토로 만들어준 당신, 당신은 내 생애 가장 귀한 축복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