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후반의 아내를 5년 넘게 '독박 간병'한 남편(73세)의 이야기는 눈물겹다. 그는 치매 투병 중인 아내를 최근 요양병원에 보낸 후 괴로운 심정을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아내가 치매 진단을 받은 후 '실수'를 자주 하자 주위에선 요양병원을 권했다. 친지, 친구 뿐만 아니라 자녀들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는 권유를 듣지 않았다. "어쩌다 한 번씩 내 얼굴을 알아 보는데, 어떻게 '그 곳'에 보내냐"며 거부했다. 그리고 기나긴 독박 간병을 시작했다.
그는 거의 24시간 아내 곁을 지켰다. 잠도 아내가 누워 있는 침대 아래에서 잤다. 아내가 한 밤 중에 깨면 시중을 들었다. 기저귀도 자주 갈아주고 아내의 몸도 씻겼다. 식사, 빨래, 청소 등 가사도 그의 몫이었다. 친척, 친구 모임은 거의 나가지 않았다. 한 번은 친구들이 집으로 온다는 것을 완곡하게 사양했다. 병든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을 것이다. 아내는 남편의 조기 퇴직, 사업 실패로 꽤 고생했다. 이제 살만해 지니까 60대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 치매가 찾아왔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아직 젊은 아내가 치매라니..."
아내의 증상은 깊어졌다. 국가 지원을 받는 요양보호사가 몇 시간 집으로 왔지만, 간병은 거의 그의 몫이었다. 덩달아 남편의 건강도 나빠지기 시작했다. 자녀들은 맞벌이, 아이들 양육에 바빠 아버지를 도울 엄두를 못 낸다. 자녀들은 집에 올 때 마다 요양병원 얘기를 꺼냈다. 아내의 상태는 더 나빠져 이제 남편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자 마침내 그도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여보, 미안해. 더 이상 내가 힘이 없어"... 오랜만에 친구와 술 한 잔을 한 그는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렸다.
일찍 찾아오는 '간병 지옥'
'간병 지옥'이 우리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치매뿐만 아니라 인지장애-몸의 마비 등 후유증이 남는 뇌졸중(뇌경색-뇌출혈) 환자가 늘고 있다. 발병 연령대도 낮아져 60대부터 급증하고 있다. 자녀들이 독립해 이제 살만한 상황이 되니 병이 찾아오는 것이다. 배우자가 중병이 들면 어떻게 대처할까? 요양병원 입원부터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동안 집에서 간병을 하다가 힘에 부치면 그제야 '요양'을 떠올린다.
남편이나 아내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는 치매 환자는 간병이 더 어렵다. 잠시만 곁을 비우면 사고의 위험이 있다. 오래 간병하면 부부의 정으로만 버티기 어렵다. 배우자 간병은 동반 치매가 생길 위험이 높다. 우울증 등이 겹쳐서 간병하는 사람에게도 치매가 찾아오는 것이다. 60세 이상의 한국인 부부 784쌍을 추적 조사한 결과, 치매 배우자를 둔 사람은 자신도 치매에 걸릴 확률이 약 2배 높았다(2022년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 논문). 절망적인 환경, 우울증, 심한 체력 소모 등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을 높인다.
장기간 '비싼' 간병인 채용 어렵다
간병이 필요한 병은 치매 외에 장애가 남는 뇌졸중, 파킨슨병 등이 있다. 정신이 멀쩡해도 혼자서 화장실을 못 가는 경우 간병이 필요하다. 간병인을 쓰면 어느 정도 배우자의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 하지만 장기간 '비싼' 간병인을 채용하기 어렵다. 집을 팔아서 간병하는 경우도 있지만, 선택이 쉽지 않다. 지난 코로나19 유행 때 사망자의 절반이 요양시설에서 나왔다. 노인들은 지금도 '현대판 고려장'을 떠올린다. 늘 병원성 폐렴 등 감염 위험이 높은 곳이다. 요양시설은 수준 차이가 크다. 1인실 등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결국 환자 여러 명이 함께 쓰는 입원실을 선택한다.
일부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 적용하지만...
'돌봄(간병)이 필요할 때 누가 돌봐줄 것으로 예상하는가' 설문조사에서 '배우자가 돌봐줄 것'이라는 응답은 남성 49%, 여성 22%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남편은 아내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아내는 낮은 편이다. 돌봄은 '집'(47%)에서 하고 싶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지역사회 내 돌봄 시설'은 32%, 돌봄의 책임 주체로는 '국가'(8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최우선 과제로는 '(간병비 등) 본인 부담 경감'이 1위였다. 하루 평균 간병비는 15만원이었다. 응답자의 85%가 '돌봄을 위한 세금 지출 확대'에 찬성한다고 답했다(재단법인 돌봄과미래-한국리서치 자료).
올 하반기부턴 일부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확대 적용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역시 '돈'이 최대 걸림돌이다. 나이 든 사람이 남편, 아내를 간병하는 것은 오래 지속하기 힘들다. 결국 간병의 주체는 국가가 돼야 한다. 노인들은 요양시설을 '그곳'이라고 표현한다. '마지막'이란 의미도 담겨 있을 것이다. 지금 중년 세대도 곧 간병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누구나 얼마간 아프다 죽는다. 그 기간을 짧게 해야 한다. 그래서 자다가 편안하게 죽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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