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의 증가로 은퇴 시점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각자의 자산과 건강 정도에 따라 은퇴 시점도 다르다. 하지만 은퇴 후 분주하고 복잡한 사회 활동을 벗어나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며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다는 데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노후의 삶은 물질적인 욕망에서 벗어나 삶의 본질적인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며, 즐거움을 만끽하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
◇성현(聖賢)들에게 배울 수 있는 은퇴 철학은 뭔가 !!
그러나 공자의 유학을 계승한 맹자는 "부모가 살아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하늘을 우러러보고 사람을 굽어보아도 부끄럽지 않음이 두 번째 즐거움이요,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라고 군자삼락을 조금은 다르게 이야기했다. 공자는 자기 수양에 행복을 두었다면, 맹자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았다.
우리나라에도 나름의 군자삼락을 이야기했던 많은 선인이 있었다. 그중에 대표적으로 조선시대의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의 삼락을 소개한다. 다산 정약용은 삼락을 "그 하나는 어렸을 적 노닐던 곳에 어른이 되어 다시 가기, 다른 하나는 곤궁했을 때 지나온 곳을 성공하여 찾기, 그리고 마지막 즐거움은 홀로 외롭게 지내던 곳을 좋은 손님들과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이끌고 함께 찾기"라고 보았다. 다산의 삼락은 열심히 살아온 인생을 좋은 친구들과 회자할 수 있는 여유와 멋이 담겨 있어 매우 인간적이다.
추사 김정희는 인생삼락을 일독이색삼주(一讀二色三酒)로 표현했다. "일독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항상 배우는 선비 정신을 간직하기, 이색은 사랑하는 사람과 변함없는 사랑을 나누며 고락을 같이하기, 그리고 삼주는 벗을 청해 술잔을 기울이면서 인생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풍류를 즐기기이다." 벗을 청해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사를 이야기할 수 있는 은퇴 생활이라면 은퇴가 즐거움이고 설렘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은퇴 필수 요소 '돈·건강·자기 수양'
우리는 인생의 즐거움을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성현들도 각자의 생각이 다르듯 사람마다 살아온 인생의 깊이와 넓이만큼 즐거움은 다르다. 은퇴를 위한 즐거운 상상 '인생삼락'을 생각해보고 준비하다 보면 우리 삶에 즐거움이 더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즐거움을 실천하기 위한 준비가 은퇴 준비이고, 잘 준비된 은퇴는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
질문을 던져보자. 행복한 인생을 위한 즐거움은 무엇인가. 당신에게 인생삼락은 무엇인가. 한번 종이에 적어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그러나 모든 행복이 그렇듯이 은퇴 후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도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이 인고의 시기에 반드시 준비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바로 돈·건강·자기 수양에 대한 철저한 준비다.
충분한 경제적인 준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지난날 힘들고 어려웠던 삶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사를 이야기할 수 있는 은퇴 생활 또한 요원하다. 반드시 돈이 행복의 척도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최저한의 기준이라고 봐야 한다. 현재의 소비를 참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삶의 어려운 시기를 반추하며 즐기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은퇴 이후의 삶을 생각하며 인내할 필요도 있다.
또한 원하는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의 즐거움을 누리려면 건강이 필수적이다. 충분한 경제적 준비가 갖춰지고, 삶에 대한 열정도 있지만 건강을 잃은 사람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젊었을 때 열심히 사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건강을 해칠 만큼은 아니어야 한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야 하듯이 건강을 위해서도 꾸준한 '운동의 저축'이 필요하다. 은퇴 시기의 건강은 돈보다 귀한 자산이요 행복의 척도이다. 한 푼, 두 푼 모아 부자가 되듯이 매일매일 운동하여 건강을 저축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행복한 은퇴를 준비하기 위한 자기 수양이 필요하다. 저마다 삶의 이유·열정·꿈이 있어야 한다. 공자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하였고, 맹자는 "천하의 영재를 얻어 훌륭하게 키운다"라고 삼락의 마지막을 삼았다. 이러한 마음은 은퇴를 외롭지 않게 만드는 자기 수양이다. 도교의 3대 성인 중의 한 사람인 열자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우화를 이야기했다. 90세 노인이 마을 주민 왕래에 불편하다며 산을 옮긴다는 이야기인데 삶을 반추하고 마지막을 준비할 나이에 왜 노인은 산을 옮겼는지 곱씹어보게 된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얼핏 보면 어리석어 보일지 모르는 노인의 모습에 인생의 아름다움이 숨어 있지는 않을까. (한화생명 은퇴백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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