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일 화요일

​ 곱게 곱게 말하기

 

사람들을 힘겹게 하는 대부분은 관계에 관한 갈등이다. 예전의 상처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더러 있기도 하지만, 대개는 현시점에서의 관계 갈등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사람들은 그렇게 갈등을 빚는가? 거기에는 많은 이유, 즉 욕망이나 이기심 또는 열등감 등 수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것은 말본새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즉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도 곱게 마련인데, 방심하는 사이 말에 독을 묻혀 내뱉곤 한다는 것이다. 누구든 자기를 향해 독이 날아오는 것을 감지한 이상 가만히 있을 사람이 없다.

***'말본새'란   말하는 태도나 모양새.    말본새가 거친 사람들과 대화하면 쉽게 지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덩달아 가시를 세우기도 쉽다. 결국 말본새를 다듬는 건 내 마음, 타인에게 전하는 배려를 다듬는 것이다.         ***

엊그제 어떤 부인이 아들과 실랑이를 벌였다고 한다. 게임에만 몰두하고 등교 준비를 소홀히 하는 어린 아들, 이러한 것을 견디기 어려웠던 그 어머니는 아들이 제일 소중히 하는 컴퓨터를 치웠단다. 그러자 놀란 아들은 엄마에게 대들지는 못하고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오돌오돌 떨었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에서 전처럼 자신의 감정에만 치우치지 않고 컴퓨터를 빼앗기는 아들의 공포를 보았던 그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찬 바닥에 그렇게 앉아있지 말고 소파에 가 앉아!”

이러한 말을 들은 아들이 웬일인지 소파에 가 앉더라고 했다. 어머니의 말에 아무런 저항 없이 순순히 따랐다는 것이다.

잠시 후 어머니가 외출하기 위해 안방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는데, 아들이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뭔가를 이야기하더라고 했다. 거칠게 항의하는 게 아니라 그냥 뭔가를 물었다고 한다.

그 어머니는 이런 말을 내게 들려주며 아들의 그런 태도를 처음 봤다며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그 모든 게 상담을 받은 덕분 같다고 인사했다.

그 순간 나는 전율하며 이렇게 소리쳤다.

“바로 그러한 것이 우리가 일상에서 맞이하는 조그마한 기적입니다.”

이렇게 말하며 나는 그녀에게 자잘한 기적들이 모여 마침내는 유순해지고 다듬어져 선순환을 일으킨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다시금 그 어머니에게 말할 때 거칠게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관계 갈등을 없애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조금이라도 힐난하거나 거칠게 말하면, 그것은 저항이나 반감을 일으키게 마련이라고. 그렇게 되면 본질은 사라지고 감정 대립만 난무하게 된다고 하였다.

그 어머니는 이제 자기도 머리로만이 아니라 체험적으로 아들의 반응을 통해 그렇게 된다는 것을 확연히 알았다고 말했다. 전에는 다급한 마음에 상대를 어르는 말은 생략하고 요지만 딱딱 지시하듯 말하였는데, 그것이 감정을 상하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급한 마음에 앞뒤를 자르고 요지만 말했다가 도리어 일을 그르치곤 했다는 말에 생각나는 바가 있어 나도 피식 웃었다.

얼마 전 미장원에 가서 파마했는데, 마지막에 미용사가 드라이기로 머리를 만져주니까 아주 근사한 모양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미용사에게 집에서 내가 손질하면 도무지 웨이브가 살지를 않는데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미용사가 말하기를, 롤부러쉬로 만 머리를 드라이기로 쬐어주고 나서 얼른 풀어버리면 웨이브가 살지 않으니까 3초가량 있다가 롤부러쉬를 풀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급한 마음에 얼른 롤부러쉬를 풀면 머리 모양을 만드는데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하고 잘 안된다고 하였다.

그다음부터 미용사가 시킨 대로 해보니, 과연 그녀의 말이 맞았다. 3초를 기다렸다가 푸니까 웨이브도 살고 시간도 단축되었다. ‘아하, 이렇게 하는 것을!’ 하면서 나는 그 간단한 것을 모른 채 오랜 세월을 보냈다는 사실에 어이없어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급하다며 앞뒤를 자르고 요점만 툭툭 내뱉듯 말해서 잘되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상대는 살아 숨 쉬는 사람으로서 이쪽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민감하게 영향받고 응대하는 존재다. 그러므로 곱게 말해주어야 반감을 일으키지 않지, 조금만 거칠게 하면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마치 내가 머리를 손질할 때 급한 나머지 빨리빨리 롤부러쉬를 풀었다가 웨이브를 살리지도 못하고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듯이.

그런데 수많은 사람이 이 명확한 사실을 간과하고 오류를 범하기 일쑤다. 다름 아닌 가족이니까 믿거라 하는 마음으로 거침없이 말하곤 한다. 그러니 상대가 이쪽에서 하는 말을 귀담아들을 리 없고 같은 방식으로 쏘아댄다. 그렇게 하여 양쪽 다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식이니 이 얼마나 낭패스러운 짓인가.

불화를 일으키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을 말본새, 즉 말투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상대의 행동거지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하게 말할 수 있을까?

일단은 이쪽의 억양이나 어투에서 자신을 얼마나 존중하고 배려하는지를 감지하는 데 있어서 모든 생명체는 도사급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될 때까지 곱게 말하도록 애쓰면 연습해야 한다고 본다. 노력도 쌓이고 쌓이면 일종의 습성을 만들 테니 말이다.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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