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4일 수요일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그대가 홍차를 끓이면

나는 빵을 구우리이다.

우리 그렇게 살아가노라면

때로 어느 이른 밤

불그스레 물든 보름달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때로 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으리이다.

그것으로 그뿐

이제 이곳에는 더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은 바깥문을 내리고 빗장을 걸고

그대는 홍차를 끓이고 나는 빵을 구우리이다.

언젠가 그대가 나를

아니면 내가 그대를

무덤에 묻어 줄 날이 있을 거라고

늘 하던 이야기를 하며

평소처럼 먹을 것을 가지러 가게 되리이다.

그대가 아니면 내가

내가 아니면 그대가 상대를

무덤에 묻어 줄 때가 오게 되면

누군가 남은 자는 홍차를 홀짝홀짝 마시게 될 것이고

그때 비로소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마치게 되리이다.

그러면 그대의 자유도

바보들이나 하는 이야기 같은 것이 되리이다.

 

토미오카 다에코, <새살림> 중에서

  시를 읽노라면 문득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라는 가요를 흥얼거리게 됩니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 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하고 시작하는 첫 소절에 저는 벌써 콧날이 시큰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애틋한 이 노래는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로 끝이 납니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라는 그 한마디에 담긴 세월의 무게와 다정함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이 말은 인생이라는 거대한 지도를 함께 그려온 **'유일한 목격자'**에게 건네는 가장 애틋한 초대장이지요... 기쁨과 슬픔이 얽힌 그 지도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단 한 사람, 그 사람과 함께 추억의 한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이 그려집니다.

"부부는 서로의 인생이라는 책을 함께 써 내려가는 공동 저자입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이라도, "기억하오?"라고 물으며 함께 되새길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혹은 그런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웰에이징의 가장 큰 축복입니다. 그 기억이 있기에 노년의 새해도, 늙어가는 육신도 더 이상 외롭거나 두렵지 않은 법이니까요.

이별은 예기치 않고 찾아옵니다. 아무리 사랑해도 누군가는 먼저 떠나고 누군가는 남게 됩니다. 그러니 함께 살아 있을 때, 그 사람이 내 곁에 있을 때 정성껏 사랑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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