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마지막 선물"
남편은 육군 대령으로 재직하다 예편한 충직한
군인이었습니다
정년퇴직하고 시골에서 그렇게 해보고 싶어 했든 농장을 하며
그동안 힘들게 산 대가로 노년의 행복을
보상받으리라 늘 설계하며 살아왔답니다.
저녁노을이 풀어놓은
황금빛 호수 같은 텃밭에 상추를 따서 저녁을 차리려는데
아들 내외가 퇴임을 축하드린다며
찾아왔습니다.
모처럼 행복한 저녁을 먹고 난 후
아들 내외는 드릴 말씀이 있다며 응접실로 자리를 마련합니다.
아들 내외의 뜻밖의 소리 지금 하는 식당이 비전이 없다며
지인의 소개로 떼돈 되는 사업이 있는데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들 내외를 돌려보내고
깊은 시름에 빠진 내외는 서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밤잠을 못 이룹니다.
몇 날 며칠을 그렇게 밤을 보낸 뒤
아내의 간곡한 청도 있고 해서
아침 일찍 송금을 하고 들어 오는 남편이 아내를 보구선
"자식은 저승에서 온빚쟁이라 더만..."
한마디 하군 냉큼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번질나게 사들고 부모님 집을 드나들던
아들 내외의 발걸음이 뜸해지든 해
밤늦게 빚쟁이들에게 쫓긴다며 도피자금을 달라는 아들놈.
아버지는 어이가 없어 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엄마를 붙들고 온갖 애원을 하는 아들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엄마.
"그래 밥은 먹었어"
"엄만 지금 밥이 문제야"
"날 밝으면 아버지 설득해 볼 테니깐 어이 들어가 쉬어"
아들의 울음으로 지나든 자리에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아들과 아내는 처분만 기다리는 죄수처럼 고개만 숙인 채
멀숙한 눈빛으로 서로를 훑어볼 뿐입니다.
"이 집은절대 안 된다"
"네할아버지 때부터 4대가 내려온 집이야"
"절대 팔수 없다"
단호한 아버지 말에
"아버지도 할아버지한테 물려 받은 거잖아요"
"저도 손자인데 권리가 있잖아요" 라는 말에
빰을 후려치는 아버지.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는 안절부절 못 합니다.
“아버지 죽어도 절대 안 올 거예요“라며
대문을 박차고 나가버립니다.
아들이 그렇게 돌아간 뒤 남편은 말없이 창문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워댑니다.
아내는 부엌 한편에서 애꿎은 그릇
나부랭이들만 딱아대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두 사람의 아픔에 스며든 다음날.
창백한 눈썹을 달고
며느리가 대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옵니다.
"어머니., 어머니"
"애 아빠가 죽는다고 전화가 왔어요"
어딘지 말을 안 하고 잘 살아라며 아이들 부탁한다며
전화를 끊더랍니다.
"어머니"
"어머니도 이 집에 몫이 있잖아요"
"아버님한테 달라고 하셔요"
한참을 울먹거리다 머뭇거리든
아내가 남편에게 악다구니를 피워댑니다
"당신이 정 그렇게 나온다면 이혼합시다"
"여보 어떻게 그런 말을...."
"이혼하고 내 몫 주셔요.
그 돈으로 아들 살릴랍니다"
방바닥에 고개를 묻고 있는 며느리에 얼굴엔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집니다.
냉골이 다 돼버린 집안에 사흘이란 시간은
일 년보다 길어 보입니다.
오늘도 며느리한테 온전화를 들고선
밖으로 나가는 어머니는
무슨 말인가에 강한 결심을 한 듯 남편 앞에서
짙은 어조로 첫말을 띄웁니다
"주셔요. 내 몫"
"오늘 이혼하러 갑시다"
"당신 정말 이렇게까지..."
마음 맞춰 정 주고 살자든 아내가....
말없이 눈물을 훔쳐낸 남편이 방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가지고 나옵니다
「인감도장과 신분증」
"갑시다 법원으로"
법원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운전석 앞에 앉은 남편과
뒤 문 옆에 앉은 아내 사이엔 적막이 흘러갑니다
운전석 후방 거울너머로 보이는 아내의 표정은
슬픔으로 군불을 지핀 듯 어둡고 냉담함이
교차하는듯 합니다
가슴에 응어리를 안으로 녹이면서
법원을 나서는 두 사람.
"임자 거처할 곳은 있소"
남편의 말에
“걱정 말아요 애들이 좋은 집 마련해 준다 했으니”
되돌아가고 싶은 목소리는 마음으로만 되뇌어집니다.
당신 있는 곳이
너무 먼 곳이 아니었어면 좋으련만 ...
앞으로 아픔이 낳은
이 시간이 지나는 자리마다 익숙한 것과 헤어져야 할
아내가 먼저 마음 쓰이는 남편입니다.
나에게 아내란
새에게 하늘과 같은 것....
원하지 않는 이별을 자식 땜에 하게 되는 순간이 살면서
오리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의미 없이 뜨고 지는 저해와 달이 원망스러워집니다.
허망함을 속내로 감추고 지난날
회한의 정을 눈가에 이슬로 매단 채
다른 길로 걸어가는 두 사람.
35년 결혼생활이 이렇게 허무하게 깨어지는 게
믿기지 않는 남편은 내 맘과 다른 무정한 당신이 빈
하늘로 남겨준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
허접한 선술집에 앉아 굳어가는 혀끝을 술로 적셔내며
뜻하지 않은 이별 앞에 눈물과 절망을 술잔에 담습니다.
「텃밭에 오이나 밤하늘에 초승달이나
내 맘이나 굽은 것 똑같은 밤입니다」
아내를 기다렸든 아들 내외는 엄마가
건네는 돈을 건네 받으며
"엄마 걱정 마 "
"이것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는 장사는 대박이야"
"어머니 저희가 생활비 섭섭지 않게 매달 보낼게요"
천국 문을 통과한 영혼처럼 밝게
달려나가는 아들 내외를 보면서 막다른 후회가 밀려옵니다.
“이게 아닌데 ....
이게 아닌데....”
씻지 못한 얼룩이 되어버린 시간은 돌이켜 지질 않는데
때늦은 안타까움이 밀려듭니다.
처음 몇 달 간은
말 없어도 들어오든 생활비가 한 달을 건너 띄더니
이제는 들어오질 않습니다.
공공 근로와 허더랫 청소 일로 연명하며
딸이 보내주는생활비로 간신히 연명하듯
살아내기도 빠듯합니다 .
오늘은 손주 놈도 보고 싶고 아들 소식도 궁금해
아들 내외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찾아가는 엄마.
행색이 남루한 시어머니를
가게 밖으로 등을 떠밀듯 나와서는
"왜 말도 없이 찾아오고 그래요"
"장사 잘되면 보낼 테니 오지 마셔요"
"아니다 아가"
"손주 놈도 보고 싶고
아비도 보고 싶고 해서 온 거여"
"돈 대문에 온 건 아냐"
"됐고요. 애도 학원 다닌다고 바빠
저도 얼굴 못 본지 오랬됐어요"
며느리는 매몰차게 내뱉고는
쫓기듯 돌아서 들어가 버립니다.
훌쩍 떠나버린 바람을 바라보듯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남자가 있습니다.
"남편"
퇴행성 관절염으로 겹겹이 아픔을 덧칠한 몸으로
마디마디 늙어가는 초침을 닮아가는 아내.
슬픔이 말라붙은 남편의 가슴에도
아련함이 찾아오고야 맙니다.
"여보"
눈물로 썩여 나오는 남편의 말은
귓전에 맴도는 메아리가 되어
흘러갈 뿐입니다.
며칠이 흐른 어느 날
딸이 아버지를 찾아왔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엄마의 병원비 때문입니다.
말없이 따라 나선
아버지는 병원비를 계산하구선
아내가 있는 병실로 들어옵니다.
남편은 아내의 얼굴을 보자 타다만 상처가 떠오르지만
안도의 숨결을 먼저 내어놓습니다.
고개는 남편을 의식한 듯 외면하듯 돌아서 있는 아내
병원 앞 파란 눈뜬 공원에 마주 앉은세 사람「
이렇게 마주 앉아보는 것이
얼마 만인지....
"여보 "
내가 그때 이혼에 응해 준 것은 이렇게라도 해야
절반이라도 지킬 수 있었기에...
앉기 위해 새가 날 듯 그런 속내를 이제야 알아버린 게
미안한 딸과 아내는 눈물만 흘립니다.
남편은 슬픔에도 시들지 않는 꽃처럼 아내를 감싸안습니다.
그 돈으로 작은 아파트를 구입해서 지내고 있으니
우리 두 사람 작지만 살 수 있어
“같이 합칩시다 ”
아내와 헤어진 뒤 남편의 하루는 바람을 배고 잠든 날들
이었기에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허기지고 찌든 집을
며칠 전부터 도배랑 집 안 청소에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남편이 아내의 짐을 가지로 오기로 한날입니다.
아내는 이사 갈 준비에
도우러 온 딸과 함께
집을 꾸린다고 분주한 모습입니다.
약속된 시간을
지나도 남편은 오질 않습니다.
딸이 여러 번 전화를 해도 아버지는 받질 않습니다.
두 사람은 황급히 남편의 집으로 달려가 보니
아내를 찾다 긑내 누르지 못한 채 펼쳐진 전화기를
손에진채 남편이 죽어있었습니다.
"심장마비"
아내와 이 집에서 같이 살 그날만을 기다리다
그날이 되는 날 남편은 세상을 따나고 말았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유품을 정리하러 집으로 온 딸과 아내의
눈앞에 책상 위에 서류 한 뭉치가 있습니다.
아내와 이별을 하든 그날의 참담함을 담은 한 글자
한 글자 기억 맨 밑바닥으로 시작되어
아내와 합치기로 한 전날의 기쁨까지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오란 종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등기부등본」소유자“김영자”
아내의 이름이 적혀져있었습니다.
고독만이 밀리네 이 밤 지나갈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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