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9일 수요일

건너가는 삶

 정답을 찾아 헤맬 때는

주변의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발밑만 바라보느라
어디를 지나왔는지도 놓치곤 한다

하지만 ‘건너가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기 시작하면
길은 더 이상 경쟁이 아니라
조용한 통과의 시간이 된다

그때 비로소
내가 머물렀던 자리들이
뒤늦게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무심히 지나친 풍경
말없이 곁에 있던 사람들
당연하다고 여겼던 순간들이
조금씩 선명해진다

채우려 했던 마음을 내려놓을 때
세상은 비로소 들어오기 시작하고
비워진 자리만큼
보이는 것들이 늘어난다

그제야 알게 된다
안목이란 더 많이 가진 눈이 아니라
덜 붙잡는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임을

그리고 인생은
정답을 맞히는 과정이 아니라
풍경을 잃지 않고 건너가는 일이라는 것을



비로소 보이는 ‘나’의 풍경

오래 걸어와서야 알게 된다
나는 늘 바깥을 보며 살아왔다는 것을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나를 찾고
성공과 실패의 숫자 속에서
내 모양을 맞추려 했다는 것을

그러다 어느 날
더 이상 무엇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서
조용히 멈추게 된다

그때 비로소
나라는 사람이
한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시간이 겹겹이 쌓인 풍경이라는 걸 본다

기쁜 날도 있고
무너진 날도 있고
말하지 못한 밤도 있고
끝내 삼킨 눈물도 있다

그 모든 것이 흩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의 하늘 아래
조용히 이어져 있다는 사실

늙어 간다는 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 풍경을 끝내 외면하지 않게 되는 일

그리고 마침내
좋은 날만이 아닌
모든 날을 지나온 나를
처음으로 제대로 바라보는 일

비로소 보이는 ‘나’의 풍경은
완벽하지 않아서 아름답고
완성되지 않아서 계속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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