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이 우리를 살린다”는 말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도 삶을 버티게 해주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보여줘요.
거창한 성취나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 아무 생각 없이 걷는 짧은 산책, 좋아하는 노래가 우연히 흘러나오는 순간 같은 것들. 그런 아주 작은 장면들이 사실은 마음을 다시 붙잡아 주고, 삶을 계속 살아가게 하는 숨은 동력이 되곤 하죠.
우리는 종종 “큰 변화”나 “의미 있는 결과”만이 삶을 바꾼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하루를 무사히 지나게 해주는 건 아주 평범한 반복들이에요. 그 반복 속에서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고, 다시 내일을 맞이할 힘이 생깁니다.
그래서 어떤 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가 오히려 가장 중요한 날일 수 있어요.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한 성과니까요.
결국 일상은 너무 작아서 쉽게 지나치지만, 동시에 가장 확실하게 우리를 붙잡아 주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를 살리는 것은 거창한 다짐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다정을 건네고 작은 기쁨을 찾아내는 태도입니다.
인생을 둘러보면, 정말 이런저런 반복들의 연속이더군요. 술을 좋아하는 저는 오늘 한 잔에서 내일 한 잔으로, 또 책을 좋아하는 친구는 이번 주 한 권에서 다음 주 한 권으로… 이렇게 반복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고 있죠. 물론, 가끔은 이 일상을 확 깨부수고 뭔가 새로운 걸 창조하는 데서 희열을 느끼기도 합니다만, 솔직히 계속해서 새로움만을 좇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반복을 다 내다 버리고 오직 창의성만을 떠받든다면, 뻔한 건 좀 줄어들지 몰라도, 아, 인생 정말 피곤할 겁니다.
나이가 좀 드니, 저는 특별한 일보다 그저 ‘별일 없이’ 사는 데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아요. 새로운 것에 여전히 눈길이 가긴 합니다만, 이젠 소중하게 지켜야 할 것들에 더 마음이 가더라고요. 삶의 거창한 변화를 꿈꾸기보다는, 이미 제 곁에 있는 소중하고 좋은 것들과 그냥 함께하고 싶어져요. 정다운 친구들의 목소리, 늘 즐겨 듣는 음악이나 영화, 그리고 익숙한 일상 속의 잔잔한 일들… 이런 것들이 주는 편안함과 마음에 위안은 정말 값지다고 생각해요. 늘 하던 일을 다시 되풀이하는 것이, 때로는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힘이 되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네, 이렇듯 반복적이고 어찌 보면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 바로 우리 삶의 전부죠. 일상의 일이 반복된다고 해서 꼭 지루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저는 깨달았습니다. 젊었을 적엔 저도 뭔가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대단한 일을 해내고 싶었고, 반복적이고 단순한 삶은 좀 혐오스럽기도 했었죠. 여러분도 그런 시절이 있었나요? 그래서 ‘삶의 하찮은 조건들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거야!’라는 기개를 부리기도 했습니다만, 신기하게도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늘 그날이 그날 같은 반복된 삶에서 지겨움보다는 오히려 깊은 안락함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우리 삶에 주어진 일상이라는 ‘기본 설정값’이 없다면, 오히려 너무 불편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가장 잘 맞아서 더는 바꾸고 싶지 않은 공식들을 하나둘씩 찾아내게 됩니다. 체질에 맞는 음식, 더없이 편안한 나만의 공간, 내 몸에 딱 맞는 운동 같은 것들 말이죠. 복잡한 삶의 방정식을 풀기보다, 이렇게 한결 간단한 규칙들 속에서 삶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저에게 있어 우리들의 일상은 일종의 ‘통주저음(通奏低音)’과 같습니다. 계속해서 잔잔하게 흐르는 베이스 선율을 바탕으로, 가끔은 가슴이 떨릴 만큼 아름다운 아리아가 연주되는 것처럼 말이죠. 조용하고 평범해 보이는 시간 속에서도, 실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인생은 마치 판에 박힌 듯 되풀이되는 것 같지만, 정말 똑같지는 않은 새로움의 연속이에요. 나선 계단을 따라 올라갈 때처럼 늘 제자리로 돌아오는 느낌이 들지만, 한 번도 같은 자리를 두 번 지나는 것은 아닌 것처럼요.
우리들의 삶은 이렇게 평범한 일상에서 잔잔히 흘러갑니다. 영웅적이거나 기상천외한 일들로 가득 차 있지는 않죠. 오히려 나른하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 이 무심한 한가로움이야말로 인생 후반기의 진정한 특권이 아닐까 싶어요. 느려지지 않도록,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생이 다하는 날까지 끄떡없는 것처럼 계속 굳건히 버텨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상의 모든 일들을 ‘몰입의 땀’으로 가득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그것들이 분명 우리를 살게 할 것으로 생각해요. 늘 우리 내면에서 들려오는 ‘영혼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으며 일상을 살아가 보시죠. 그렇게 하다 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세상이 비로소 다시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늘 대하던 것인데도 볼 때마다 새롭고, 다시 만날 때마다 반갑고, 깊이 생각할 때마다 사랑스러운… 아, 정말 인생은 그저 멋진 선물이네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봅시다. 모든 장소에서, 모든 시간에, 오래도록 열심히 살아가요. 결국 소소한 일상이 바로 우리를 살리는 힘이니까요.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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