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창밖을 내다보는 것이다. 날씨가 맑든 흐리든 상관없다. 그저 오늘도 눈을 떴다는 사실, 두 다리로 방바닥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하루의 절반은 감사로 채워진다.
젊었을 때는 오늘이 소중하다는 말이 그저 교훈처럼 들렸다. 어른들이 하는 좋은 말씀이려니 했다. 그런데 여든을 훌쩍 넘기고 보니, 그것이 교훈이 아니라 실제로 몸으로 체감하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제 함께 웃었던 친구가 오늘은 병상에 누워 있고, 지난달까지 골프장에서 만나던 사람이 이번 달에는 영영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나기도 한다. 그런 일들을 몇 번 겪고 나면, 오늘이라는 하루가 얼마나 조심스럽고 귀한 것인지 절로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매일을 비장한 각오로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현실에 맞는 오늘살이란 거창한 다짐이 아니라, 아주 작고 구체적인 것들로 이루어진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온기, 아내와 함께 나서는 골프장에서의 한 라운드, 손주의 목소리를 전화로 듣는 짧은 순간들. 이런 소소한 것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마음에 담아두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오늘을 사는 방법이다.
나이가 들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매일 느낀다. 예전처럼 먼 거리를 잘 걷지 못하고,온 몸이 뻐근하고 잠도 설칠 때가 많다, 하지만 이것을 서글퍼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젊은이의 체력이 아니라 노년의 체력에 맞는 하루를 살면 된다. 무리하지 않고, 그러나 게으르지도 않게. 그 균형을 찾는 것이 현실적인 지혜라고 생각한다.
어제는 이미 지나갔으니 추억으로 잘 간직하면 된다. 좋았던 일은 좋았던 대로, 아쉬웠던 일은 그 나름대로 배움으로 남기면 된다.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미리 걱정으로 앞당겨 살 필요가 없다— 말은 쉬워도 실제로 그렇게 사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다만 기대하며 기다리면 된다. 그러면 남는 것은 오늘 하루뿐이다. 그리고 그 하루를 어떻게 채우느냐는 전적으로 내 선택에 달려 있다.
돌이켜보면 인생의 성공이나 부유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 하루를 후회 없이 살았는가 하는 것이다. 오늘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정한 말 한마디를 건넸는가, 작은 일에도 감사했는가, 누군가의 실수를 너그럽게 넘겼는가. 이런 것들이 쌓여서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이 된다.
오늘은 어제 세상을 떠난 이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하루였다고 한다. 그 말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다시 한번 오늘이라는 시간이 거저 주어진 선물이 아니라는 것을 되새긴다. 그러니 오늘도, 내 삶의 가장 좋은 날로 살아가려 한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정직하게, 감사하며, 사랑하며 하루를 채워가는 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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