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세상을 데우는 작은 온기
일본의 여류 작가 미우라 아야코가 조그만 점포를 열었을 때의 일이다. 장사가 얼마나 잘 되었는지, 트럭으로 물건을 실어 날라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옆집 가게는 파리만 날렸다. 그녀는 그 광경이 마음에 걸렸다. 남편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우리 가게가 잘 되고 보니 이웃 가게들이 문을 닫을 지경이에요. 이건 우리가 바라는 바가 아니고, 하늘의 뜻에도 어긋나는 것 같아요."
남편은 그런 아내를 자랑스러워했다. 이후 그녀는 가게 규모를 스스로 줄이고, 손님이 오면 이웃 가게로 슬며시 보내주곤 했다. 그 결과 그녀에게는 뜻밖의 여유, 시간이 생겼다. 그리고 평소 마음에 품고 있던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글이 바로 훗날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울린 소설 〈빙점〉이다.
손해처럼 보이는 것의 정체
우리는 흔히 배려를 손해라고 생각한다. 내 몫을 나누면 내가 가진 것이 줄어든다고 여긴다. 그러나 미우라 아야코의 이야기는 그 셈법이 얼마나 좁은 것인지를 보여준다. 그녀가 손님을 이웃에게 돌려보낸 것은 매출을 포기한 일이었지만, 그 자리에서 생겨난 시간과 마음의 여백이 없었다면 〈빙점〉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배려는 눈에 보이는 것을 내려놓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얻는 거래다. 다만 그 거래의 결과는 당장 확인되지 않을 뿐이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은, 거두는 시점을 우리가 정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늘의 현실에서 배려란
지금 이 시대는 경쟁이 미덕처럼 여겨지는 세상이다. 옆집이 문을 닫든 말든, 내 매출만 오르면 된다는 생각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그런 세상에서 미우라 아야코의 선택은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어리석은 것은 무엇을 위해 이기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이기기만 하는 삶이 아닐까.
배려는 거창한 결단이 아니어도 된다. 붐비는 가게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것, 상대방의 실수를 굳이 들추지 않는 것, 이미 마음을 정한 사람과 억지로 다투지 않는 것 —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 배려가 된다. 그리고 그 작은 배려들은 결국 나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친절과 존중과 관용이 다른 이를 위한 미덕이기 이전에, 나이 들어가는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지혜인 것처럼 말이다.
배려가 남기는 것
미우라 아야코는 이웃을 살리려 했을 뿐인데, 결국 자기 안에 있던 것 — 글을 쓰고 싶은 마음 — 을 세상에 내놓을 기회를 얻었다. 배려란 이렇게, 남을 향한 마음이 돌고 돌아 결국 나를 완성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대단한 발명이나 거대한 성공이 아니라, 어쩌면 이런 작은 물러섬과 나눔일지도 모른다. 오늘 내가 내려놓은 자리에서, 언젠가 누군가의 〈빙점〉이 태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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