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인생의 거창한 정상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떼지만, 실제로 우리 삶의 대부분을 채우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 올라가는 길목마다 마주하는 평범한 하루하루입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의 환희는 강렬하지만 짧고, 그 고지를 향해 나아가는 수많은 순간이 모여 결국 ‘나의 삶’이라는 일기를 만들어냅니다.
걸어온 길이 목적지보다 길다
젊어서는 목표가 인생의 전부인 줄 알았다. 대학, 취업, 집 한 채, 아이들의 성공—손에 쥐어야 할 것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것들을 하나씩 붙잡는 것이 곧 잘 사는 삶이라 믿었다. 그러나 여든다섯 해를 지나 돌아보니, 정작 기억에 남아 반짝이는 것은 목표를 이루던 그 짧은 순간이 아니라, 거기에 이르기까지 걸었던 무수한 걸음들이었다.
미국에 건너와 보낸 55년, 그 세월도 마찬가지다. 낯선 땅에 뿌리내리겠다는 목표는 분명 있었지만, 지금 떠오르는 장면들은 대개 그 과정의 조각들이다. 서투른 말로 이웃과 나눈 인사, 처음 내 집 마당에 심은 나무, 아이들이 자라며 겪었던 크고 작은 소동들. 목적지에 도착한 기억보다 길 위에서 부딪히고 웃었던 기억이 훨씬 선명하다.
지금의 나에게 남은 목표는 젊을 때와는 다르다. 큰 성취를 향해 질주하기보다,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 목표라면 목표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 아내와 골프장에서 함께 걷는 것, 작은 일에도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런 소박한 일상 자체가 이제는 여정이자 동시에 목적지다. 세월에 쫓기지 않고 동행하자는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어쩌면 목표와 여정의 구분 자체를 내려놓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렇게 자문한다. 오늘 걷는 이 하루가, 그 자체로 즐거운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도착지는 이미 부차적인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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