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참 많은 사람을 만난다.
가족도 만나고, 친구도 만나고,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만난다.
그렇게 수많은 만남 속에서 우리는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보이지 않는 교제의 거미줄을 하나씩 엮으며 살아간다. 가까이 두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보이지 않는 거미줄
살아오는 동안 나는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오래 곁에 머문 사람도 있고, 한 번 스쳐 지나간 사람도 있다. 돌이켜 보면 그 만남들은 저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줄이 되어 나를 세상과 이어 주었다. 어떤 줄은 굵고 질겨서 세월이 흘러도 끄떡없고, 어떤 줄은 가늘어서 어느 사이 끊어져 버렸다. 그 줄의 굵기를 정한 것은 그 사람의 재산이나 지위가 아니라 사람됨이었다.
이제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저들의 줄을 헤아려 왔듯이, 저들도 나를 헤아려 왔을 것이다. 나는 그들 눈에 어떤 사람으로 비쳤을까.
사람은 자기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한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내가 보고 싶은 모습이기 쉽다. 진짜 모습은 상대의 표정에 남는다. 내가 말을 마쳤을 때 상대가 편안해 보였는지, 헤어질 때 발걸음이 가벼웠는지가 나에 대한 답이다. 그러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결국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마주 앉았던 사람들이 마음에 담아 가는 것이다.
현실은 냉정해서, 사람들은 내가 한 훌륭한 말보다 사소한 행동을 오래 기억한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았던 일, 남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일, 어려울 때 말없이 내민 손 같은 것들이다. 반대로 무심코 던진 한마디, 못 들은 척 넘긴 부탁도 오래 남는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일보다 나쁜 여운을 남기지 않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을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된다.
그렇다고 나를 지나치게 나무랄 일은 아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나도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남겼을 것이다. 다만 살아 있는 동안에는 아직 고칠 시간이 있다. 마음에 걸리는 이에게 먼저 안부를 묻고, 늦었더라도 미안하다고 말하고, 고마웠던 분에게 고맙다고 전하는 일은 오늘도 할 수 있다. 이 나이에 가장 값진 일은 새로운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어진 줄을 정성껏 돌보는 것이다.
여운이 있는 사람은 화려한 사람이 아니다. 함께 있을 때 편안했고, 헤어진 뒤에도 문득 생각나며, 그 이름을 떠올리면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되는 길은 특별하지 않다. 오늘 만나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작은 약속을 지키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언젠가 내 이름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때, "그분은 참 따뜻한 분이었지" 한마디만 남아도 나는 잘 살아온 것이라 믿는다. 그 한마디가 내가 남기는 가장 큰 유산이고, 내가 짠 거미줄이 끝내 끊어지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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