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도 나이에 맞게 써야 한다
젊을 때는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이 중요했다.
싫은 일이 있어도 참고, 부탁을 받으면 웬만하면 들어주고, 마음에 걸리는 말도 삼켰다. 사람을 잃지 않으려고 내가 조금 더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예의 바른 사람일수록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이 많다.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불편한 감정을 감추고, 상대의 입장을 먼저 생각한다. 그때는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면 어느 날부터 사람이 아니라 관계 자체가 피곤해진다.
그래서 이제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정성을 쏟지 않으려 한다.
이제는 예의를 버릴 때가 아니라, 예의를 차릴 대상을 가려야 할 때입니다.
나를 알아주고 아껴주는 이들에게는 따뜻한 온정과 넉넉한 마음을 나누되, 나를 도구로 여기거나 가볍게 대하는 이들의 말에는 그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흘려보내는 무심함이 필요합니다. 마음에도 단단한 울타리를 두르고, 그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만 온기를 나누는 것. 그것이야말로 무례한 세상 속에서 마음의 평정을 지키며, 나 자신으로 존엄하게 살아가는 가장 지혜로운 삶의 기술일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많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필요도 없다.
예의는 여전히 지키되,
예의라는 이름으로 나 자신을 소모하지 않는 것.
돌이켜보면 오래 살면서 얻은 관계의 지혜란 어쩌면 이것인지도 모른다.
좋은 사람으로 살되,
나 자신에게까지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 것.
남은 날이 많고 적음을 떠나,
이제는 마음이 편한 사람과 편안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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