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3일 수요일

예의 바른 사람일수록 먼저 지쳐간다



예의도 나이에 맞게 써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
젊은 시절의 삶이 관계를 넓혀가는 과정이었다면, 나이가 들수록 삶은 관계를 솎아내고 정리하는 일에 가까워집니다. 돌아보면 우리는 늘 ‘예의 바르고 배려심 넘치는 사람’이 되라는 교육을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억울한 일이 있어도 삼키는 것이 덕목이었고, 타인의 무례함 앞에서도 짓는 허허로운 미소가 어른스러움의 상징이라 여겼습니다.

젊을 때는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이 중요했다.
싫은 일이 있어도 참고, 부탁을 받으면 웬만하면 들어주고, 마음에 걸리는 말도 삼켰다. 사람을 잃지 않으려고 내가 조금 더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예의 바른 사람일수록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이 많다.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불편한 감정을 감추고, 상대의 입장을 먼저 생각한다. 그때는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면 어느 날부터 사람이 아니라 관계 자체가 피곤해진다.

그래서 이제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정성을 쏟지 않으려 한다.

이제는 예의를 버릴 때가 아니라, 예의를 차릴 대상을 가려야 할 때입니다.

나를 알아주고 아껴주는 이들에게는 따뜻한 온정과 넉넉한 마음을 나누되, 나를 도구로 여기거나 가볍게 대하는 이들의 말에는 그저 "그럴 수도 있지" 하고 흘려보내는 무심함이 필요합니다. 마음에도 단단한 울타리를 두르고, 그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자격을 갖춘 이들에게만 온기를 나누는 것. 그것이야말로 무례한 세상 속에서 마음의 평정을 지키며, 나 자신으로 존엄하게 살아가는 가장 지혜로운 삶의 기술일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많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필요도 없다.

예의는 여전히 지키되,
예의라는 이름으로 나 자신을 소모하지 않는 것.

돌이켜보면 오래 살면서 얻은 관계의 지혜란 어쩌면 이것인지도 모른다.

좋은 사람으로 살되,
나 자신에게까지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 것.

남은 날이 많고 적음을 떠나,
이제는 마음이 편한 사람과 편안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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