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지 말고 동행하자"는 태도 하나로 세월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쫓긴다는 건 세월을 적으로 보는 것이고, 동행한다는 건 세월을 친구로 삼는 것이니까요. 어차피 흘러가는 시간이라면, 등 떠밀려 끌려가듯 사는 것과 손을 맞잡고 나란히 걷는 것은 하루하루의 질이 전혀 다르겠지요.
이제 나이 듦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좀 바꿔봅시다. 일본어 ‘이키가이(生き甲斐)’는 ‘사는 보람’을 뜻한답니다. 아침에 이부자리에서 나오는 이유, 살아가는 원동력인 셈이죠. 오키나와 사람들은 ‘은퇴’라는 개념 자체가 없대요. 101세 어부는 가족을 위해 물고기 낚는 게, 102세 할머니는 고손녀를 안아주는 게 그들의 ‘이키가이’라고 합니다. 매일 아침을 맞이하는 기쁨을 한 가지씩 품는 것이, 세월에 쫓기지 않고 사는 진정한 지혜가 아닐까요?
세월은 단지 흐를 뿐, 쫓기는 건 결국 우리 마음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세상만사는 우리가 바라는 대로가 아니라 그냥 일어날 대로 일어나는 법이죠. 이걸 인정하면 불안은 걷히고 마음의 평정이 찾아옵니다. 절망에 허를 찔릴 일도 없어지고요. 쫓아오는 세월을 피해 도망칠 필요 없습니다. 세월과 함께 변해가는 것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세월에 순응하면, 늙어가는 시련마저도 신의 섭리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거예요.
자, 당신의 ‘이키가이’는 무엇인가요?
일본의 ‘이키가이(ikigai)’를 아시나요
세계가 장수국가 일본의 이키가이(ikigai, 生き甲斐)에 주목하고 있다. ‘삶’, ‘인생’을 뜻하는 이키(生き)와 가치 있게 여겼던 조개껍질에서 유래된 가이(甲斐)의 합성어로 ‘살아가는 가치, 인생의 즐거움이나 보람’ 정도로 풀이된다. 일본의 독특한 문화로 영어로는 정확히 번역할 수 없어 이키가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미국 작가 댄 뷰트너는 이키가이가 장수나 삶의 질 향상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 거주자들이 행복하게 오래 사는 지역을 블루존(blue zone)이라 한다. 일본 오키나와도 블루존의 한 곳으로 평균수명이 세계에서 가장 길다. 오키나와 사람들의 장수 비결은 균형 잡힌 식사, 온화한 기후와 함께 이키가이를 손꼽는다. 이들은 열정과 에너지 가득한 마음가짐으로 일하며 은퇴가 없다. 이웃과 교류하면서 사회적 고립을 피하고 행복을 느낀다. 그래서 심혈관질환에 걸릴 리스크가 적고 사망률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에서는 벤 다이어그램을 통해 이키가이 개념을 설명한다. 자신이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 보수를 받는 일, 4가지 요소 중에서 두 개씩 교차하는 부분이 열정, 사명, 소명, 직업이며 이것들의 교집합이 이키가이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든지 그것에 인생의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힘이다.
이키가이는 일본인들의 삶에 깊이 녹아들어 있는 생활 철학이며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이다. 거창한 인생의 목표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루하루 작은 일들에서 보람을 찾고 행복한 삶을 열어가는 것이다. 일상생활의 소소한 즐거움이 더해져 삶 전체가 충족된다고 믿는다. 사소한 것에도 만족하며 기쁨이 충만한 상태로 살아간다. 항상 바쁘게 움직이며 자기 일을 진심으로 즐긴다.
일본인들은 개인보다 집단의 가치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주변에서 고맙다는 반응을 얻고 동료들로부터 존중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작은 일이라도 주변 사람이나 지역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활동부터 시작한다.
세월에 쫓기지 말고 동행하자는 말은 아름답지만, 현실에서 그것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친구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나며, 어제는 가능했던 일이 오늘은 버거워진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바꾸어 본다 — "세월에 저항하지 말고, 세월에 맞추어 오늘의 몫을 찾자."
오늘의 몫이란 거창한 사명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지금 이 순간, 이 몸과 이 환경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작고 확실한 일이다. 101세 어부에게는 낚싯대를 드는 일이, 102세 할머니에게는 고손녀를 품는 일이 그것이었듯, 나에게도 매일 손에 쥘 수 있는 작은 몫이 있다. 아내와 나누는 대화 한 마디, 오래된 책의 한 페이지, 그리고 오늘처럼 생각을 정리해보는 이런 글 한 편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현실에 맞는 이키가이를 찾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젊은 날의 체력도, 예전의 기억력도, 옛 친구들의 숫자도 이제는 줄어들었다. 그것을 슬퍼하며 저항하는 대신, 지금 남아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 현실적인 지혜다. 노년의 사명은 젊은이의 사명과 다르다. 힘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지키고 다듬는 것이다.
세상만사는 내가 바라는 대로가 아니라 일어날 대로 일어난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불안은 서서히 걷힌다. 이것은 체념이 아니다. 오히려 매우 능동적인 태도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마음을 쓰는 대신, 통제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오늘의 몫에 온전히 마음을 쏟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이키가이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붙잡을 하나의 거대한 의미가 아니라, 매일 아침 새로 찾아내야 하는 작은 이유들의 합이다.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지만, 우리가 세월과 보폭을 맞추어 걷는다면, 쫓기는 것이 아니라 동행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그 동행 속에서, 오늘 하루치의 보람을 찾는 것 — 그것이 현실에 발 딛은 노년의 지혜일 것이다.
오늘 하루도 쫓김 없이, 마음에 품은 느긋함과 함께 고요하고 풍요로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