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알려주어서 아는 것과, 내가 직접 겪고 느끼며 깨달은 것은 참 많이 다르다. 겉으로는 같은 말, 같은 문장처럼 보여도 그 무게는 전혀 같지 않다. 남이 일러준 지식은 귀로 들어와 머릿속 어딘가에 잠시 자리를 잡을 뿐이다. 그러다 삶이 조금만 흔들려도, 시련이 조금만 세게 닥쳐와도 쉽게 흩어지고 만다. 반면 내가 직접 부딪히고, 아파하고, 실패하고, 그러다 문득 "아, 이런 것이었구나" 하고 마음 깊이 깨닫는 순간은 다르다. 그것은 뼈와 살에 새겨지는 것이라서 웬만한 바람에는 흔들리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팔십 평생, 특히 낯선 땅 미국에서 오십오 년을 살아오는 동안, 누군가 미리 일러주었어도 결코 내 것이 되지 못했을 깨달음들이 있었다. 젊었을 때는 어른들이 "돈은 아껴야 한다",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 "감정에 휘둘리면 진다"고 수없이 말해주었다. 옳은 말이었지만, 그때는 그저 말일 뿐이었다. 내가 직접 돈을 잃어보고, 믿었던 사람에게 실망해보고, 감정에 휩쓸려 관계의 주도권을 놓쳐본 뒤에야 비로소 그 말들이 진짜 내 것이 되었다. 그 순간부터는 누가 뭐라 해도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기준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스스로 깨달은 것이 주는 기쁨이자 힘이다. 남이 준 지식은 빌려온 옷과 같아서 몸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 벗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겪어서 얻은 깨달음은 내 살갗과 같아서 벗을 수도, 잃어버릴 수도 없다. 그래서 인생의 굽이굽이에서 진짜 나를 지탱해준 것은 책에서 읽은 좋은 말들이 아니라, 내가 직접 부딪혀 얻어낸 몇 가지 소박한 진리들이었다.
물론 이것이 남의 조언이나 경험을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것은 씨앗일 뿐, 그 씨앗이 진짜 나무로 자라려면 내 삶이라는 땅에 심기고, 내 시간이라는 비바람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아무리 좋은 말을 해주어도 잘 새겨듣지 않는 것을 보며 답답할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이치임을 안다. 그들도 언젠가 자신의 방식대로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비로소 그 말들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그것이 순리이고, 그래서 삶은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결국 저마다의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확실해지는 것이 있다. 스스로 깨달은 진리는 남에게 자랑할 필요도, 증명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저 조용히 내 안에 자리 잡아,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도 나를 붙잡아주는 뿌리가 된다. 남이 일러준 백 마디 말보다, 내가 직접 겪고 깨달은 한 가지가 더 단단하고 오래간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려 애쓰기보다, 그저 내가 살아낸 방식으로 조용히 보여주며 살아가고자 한다. 진짜 배움은 결국 각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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