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대화를 잘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러나 살아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잘 들어주는 사람이 오래 곁에 남았다.
부부가 오래 살다 보면 서로 모르는 것이 별로 없다.
같은 말을 몇 번씩 하기도 하고, 생각이 달라 티격태격할 때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사소한 일이 더 중요해진다.
그럴 때 필요한 말이 있다.
“그래, 당신 말이 맞아.”
“그럴 수도 있지.”
“내가 좀 그랬어.”
꼭 내가 잘못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
상대의 말을 받아주고, 더 이상 다투지 않겠다는 뜻일 때가 많다.
흔히 이것을 맞장구라고 한다.
상대의 말에 호응하고 있다는 작은 신호다.
“내 말을 듣고 있구나.”
그 느낌 하나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은 한결 편안해진다.
이 나이가 되어 돌아보니, 사람 사이의 갈등은 대단한 사건에서 시작되는 것보다 작은 말 한마디에서 커지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관계를 오래 이어주는 것도 거창한 약속이 아니었다.
밥을 먹으며 “맛있네.” 하고 받아주는 말,
아픈 곳을 이야기할 때 “그랬구나.” 하고 들어주는 말,
아내가 같은 이야기를 또 해도 그냥 한 번 더 들어주는 것.
그런 작은 맞장구가 함께 살아온 세월을 지켜주기도 한다.
물론 모든 말에 무조건 동의할 필요는 없다.
맞장구는 굴복도 아니고, 내 생각을 버리는 것도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먼저 인정한 뒤 내 생각을 말하는 지혜에 가깝다.
이 나이가 되니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보다
함께 편안하게 하루를 보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
결국 좋은 관계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마음을 끝까지 놓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가까운 사람의 말에
한 번쯤 따뜻하게 맞장구를 쳐주자.
“그래, 그럴 수 있지.”
그 짧은 한마디가 때로는
오래 함께 살아온 사람에게 건네는 가장 깊은 배려가 된다.
맞장구를 잘치면 사람을 얻는다
대화에서 공감이라는 기술이 필요할까? 필요하다. 공감을 잘하면 대화 분위기가 훈훈해지고, 대화 분위기가 훈훈해지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감에 참 인색한 사람이 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꼭 있다. 공감에 인색한 사람은 누가 힘들다는 얘기를 하면,
“그래? 그랬어? 정말 힘들었겠다...”
라고 위로해주기보다
“그 정도로 힘들어하냐? 난 더 힘들어!”
라며 역으로 자신의 힘든 사연을 자랑한다. 도리어 자신이 더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누가 힘들다고 하면 공감해주면 덧나나? 힘내라고 위로해주면 큰일 나기라도 하나?
누가 힘들다고 말할 때 “그 정도는 힘든 것도 아니야. 나는 더 힘든 일을 겪었어”라고 반응하는 사람은 참으로 모질이다.
세상살이 모두 힘든 법이다.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다. 서로 힘든 걸 상대화할 필요가 없고, 상대화할 수도 없다. 각자 상황에서, 각자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다르니까. 그런 면에서 힘든 건 절대화된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이 사람은 별로 힘들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은 너무 힘들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니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내가 더 힘들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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