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는 것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고,
입을 닫으면
미처 듣지 못했던 말이 들립니다.
그리고 마음을 열면
사람이 보입니다.
황혼의 나이가 되어 돌아보니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내 마음의 문을 여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눈은 조금 감고,
말은 조금 줄이고,
마음은 더 넓게 여는 것.
그것이 나이 들어가는 지혜인지도 모릅니다.
인생의 황혼녘에서, 마음을 여는 것에 대하여
눈을 감고 입을 닫으라는 말을 곱씹어봅니다. 그런데 정작 살아보니,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그 반대로 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눈은 더 많은 것을 보려 하고, 입은 더 많은 것을 말하려 합니다. 살아온 세월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도, 남기고 싶은 말도 쌓였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돌아보면, 제 마음이 진짜로 열렸던 순간들은 오히려 말을 멈추었을 때였습니다. 누군가의 실수를 눈감아 줄 때, 손해를 보고도 굳이 따지지 않을 때, 서운한 말을 듣고도 그 사람의 사정을 헤아려볼 때—그럴 때 비로소 마음의 문이 열렸습니다. 반대로 제 주장을 앞세우고 옳고 그름을 가리려 할 때는, 이겼다 해도 마음은 오히려 더 닫혀 있었습니다.
황혼의 세월을 살아보니 사람 사이의 일이란 본디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합리화에 능하며, 남의 처지는 잘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이것을 인정하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집니다. 사람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걸지 않게 되고, 작은 서운함에 마음을 뺏기지 않게 됩니다. 세상에는 옥 같은 인연은 드물고 모래 같은 만남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면, 모든 관계에 목숨 걸듯 매달리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면서도 정말 아끼는 사람, 정말 좋아하는 일에는 마음을 다 쏟는 것—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균형입니다.
마음을 연다는 것은 결국 용서와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남의 허물을 덮어주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 믿어온 저로서는, 마음을 여는 연습이란 매일 조금씩 누군가를 용서하는 연습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용서는 남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결국 제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염치를 지키며 산다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남이 보든 안 보든, 고요히 제 양심 앞에 부끄럽지 않은가를 스스로 물어보는 것—그것이 진짜 마음을 여는 삶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황혼의 문턱에 서서 돌아보니, 많은 사람을 남기는 삶보다 좋은 사람 몇을 남기고, 저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어 떠나는 삶이 더 값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을 감고 입을 닫는 연습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오늘 하루,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마음을 닫아걸지 않고, 대신 그 사람의 사정을 헤아려보는 것—그것이 제게는 여전히 매일 새로 배워야 할 숙제입니다.
세월에 쫓기지 말고 동행하자는 마음으로, 오늘도 마음의 문 하나를 살며시 열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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