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유난히 마음이 무겁습니다.
여든다섯. 손가락으로 세어보니 어머니 떠나신 지 51년, 아버지 떠나신 지 31년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올 추석은 유독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립니다. 마치 오래된 상처가 계절의 손길에 다시 만져지는 듯합니다.
젊었을 때의 추석은 단순했습니다. 부모님 산소에 다녀오고, 차례를 지내고, 형제들과 얼굴을 맞대는 것으로 명절의 도리를 다했다고 여겼습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든을 넘기고 보니, 추석은 도리를 지키는 날이 아니라 되돌아보는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기까지 누구의 손을 거쳐왔는지, 누가 나를 붙들어주었는지, 그리고 나는 무엇을 다음 세대에 남기고 있는지를 묻는 날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자연스럽게 ‘받은 것’보다 ‘남길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부모에게 받은 시간, 형제들과 겪어온 인연, 삶의 굴곡 속에서 겨우겨우 지켜온 것들. 그 모든 것이 추석이라는 이름 아래 조용히 떠오릅니다.
추석은 결국, 살아온 세월을 한 번 더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그 무게를 가만히 느껴보는 날입니다. 가벼워진 것도, 무거워진 것도, 모두 내 삶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날입니다.
부모님, 올해도 추석에 두 분을 마음에 모십니다.
두 분이 떠나신 세월이 아무리 길어져도, 저에게 남기신 것들은 여전히 제 안에 살아 있습니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남은 날들을 성실히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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