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흐름
-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가 "한국이 중동 지역에 자원을 전개하기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며 사실상 결단을 압박하고 있고, P-8A 해상초계기·군수지원함·EOD(폭발물처리반) 등이 파병 전력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 한국 정부는 한반도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없는 범위 내에서는 운신할 수 있다는 입장이면서도, 최근 미·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재점화하고 국내 반대 여론도 커지면서 파병 준비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입니다.
- 이 문제는 단독 사안이 아니라 우라늄 농축 권한, 핵추진잠수함 핵연료 협상,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굵직한 한미 현안과 얽혀 있다는 점이 정부 고민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신중하되 지체 말아야 한다"는 제목이 담고 있는 긴장
이 사안을 두고 크게 두 시각이 부딪힙니다.
- 신속 대응론: 동맹 신뢰와 반도체 관세 등 다른 대미 협상 카드를 지키려면 너무 늦기 전에 최소한의 성의 표시(비전투 지원 정도)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 한국은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아 호르무즈 안정은 실질적 국익이기도 합니다.
- 신중론: 이란과의 직접 교전 가능성, 국내 여론(참전 논란), 국회 동의 절차, 대북 대비 태세 약화 우려 등을 이유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 실제로 여권 일각에서는 "본질은 참전"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압박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6일 "한국이 역내(중동 지역)에 자원을 투입하기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시간을 끄는 동안 미국의 파병 청구서는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체하지 말고 결정을 내릴 때가 됐다는 뜻이다.
호르무즈해협은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 LNG의 20%가 통과하는 에너지 안보의 핵심 길목이다. 해협의 항행이 막히면 에너지 수급과 물가, 산업 생산이 동시에 타격을 받는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핵잠수함 도입, 대미 투자와 관세 등 한미 간 주요 현안이 얽혀 있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상선과 국민 안전을 위해서도 국제사회의 해상교통로 보호 노력에 일정 부분 기여할 명분은 있다.
지체되는 동안 이란의 태도도 강경해지고 있다. 최근 이란 측은 한국의 군사 작전 참여를 "대이란 침략 전쟁에 대한 직접적 군사 참여로 간주한다"며 경고했다. 초기에 결단했다면 최소한 이란 측의 사전 경고는 받지 않았을 테지만 이제는 비전투 자산 파견이라도 안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이라크 자이툰부대 파견 결정을 참고할 만하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취임 초만 해도 "할 말은 하겠다"며 대미 자주성을 강조했지만, 2차 북핵 위기와 6자 회담 출범을 계기로 한미동맹의 신뢰 필요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에 '비전투·재건 중심·한국군 지휘권'을 파병 조건으로 국내 반전 여론을 설득해 나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임무 범위와 장병의 안전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고, 동맹국인 미국과 파병의 원칙과 명분에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해외 파병은 국회 동의가 필요한 만큼 정치권도 국익과 장병 안전을 기준으로 초당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미 범여권에서는 파병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한미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문제를 뒤로 미루면 한국의 협상력만 약화될 뿐이다. 신중한 것은 좋지만 이젠 지체하지 않는 현명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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