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어냄의 지혜
젊은 날의 욕심은 우리를 앞으로 밀어 주는 힘이었습니다. 더 벌고, 더 이루고, 더 인정받으려는 마음이 가정을 세우고 일터를 지켰습니다. 그러나 인생 후반에도 같은 짐을 지고 걸으면 그 힘은 무게가 됩니다. 사람들은 채우는 법은 평생 배우지만, 비우는 법은 배우지 못한 채 나이를 먹습니다.
노년에 내려놓아야 할 첫 번째는 자존심입니다. 오랜 관계가 무너지는 이유는 대개 돈이 아니라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못 해서입니다. 자녀와 서먹해지고 오랜 친구와 소식이 끊기는 일도 사실은 서로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먼저 손 내밀기가 어려워서 생깁니다. 먼저 전화하고, 먼저 사과하고, 힘들 때 "도와 달라"고 말하는 사람은 약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단해 보입니다. 자존심은 지켜 주는 갑옷이 아니라 사람을 멀어지게 하는 벽입니다.
두 번째는 고집입니다. 세상은 우리가 익숙하던 방식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자녀와 손주의 생각도, 소통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내가 살아 보니 이렇더라"는 말은 경험에서 나온 귀한 것이지만, "그래서 너도 이래야 한다"가 되면 대화가 끊깁니다. 조언은 한 번 건네고, 선택은 상대에게 맡기는 것이 어른의 품격입니다.
세 번째는 욕심입니다. 돈을 더 모으려는 욕심, 여전히 인정받고 싶은 욕심, 젊음을 붙잡으려는 욕심은 삶을 피곤하게 합니다. 이미 충분히 살아온 세월 앞에서 필요한 것은 더 가지려는 노력보다 덜 필요로 하는 지혜입니다. 욕심이 줄어든 자리에 평온이 들어옵니다.
마지막은 비교입니다. 친구의 연금, 이웃 자식의 직장, 남의 노후와 내 삶을 견주기 시작하면 감사가 사라집니다. 요즘은 단체 대화방과 소셜 미디어 때문에 남의 소식이 더 쉽게 들려와 비교의 유혹도 커졌습니다. 그러나 인생의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행복의 크기도 다릅니다. 내 삶의 온도는 나만이 느낄 수 있습니다.
70대 이후의 삶은 "이루는 인생"이 아니라 "지키는 인생"입니다. 다만 지킨다는 것은 움켜쥔다는 뜻이 아닙니다. 욕심과 비교는 내려놓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하루의 작은 즐거움, 건강한 몸과 마음은 끝까지 지켜야 합니다. 비움은 포기가 아니라 정말 소중한 것을 위해 자리를 만드는 일입니다.
오래 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평온하게 사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 먼저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 사과 한 번, 감사 한 번이 남은 계절을 가볍고 환하게 만들 것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