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2일 토요일

분수(分數)

 


사람은 누구나 자기 그릇의 크기를 타고난다.

그 그릇을 아는 것이 지혜요, 모르는 것이 화(禍)의 시작.

분수란 남보다 적게 가지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만큼을 알아채는 마음의 저울.

넘치는 물이 그릇 밖으로 흐르듯, 분수를 잊은 욕심은 결국 자신을 넘어 흘러넘친다.

오늘의 세상은 비교(比較)로 사람을 잰다.
남의 집이 크면 내 집이 작아 보이고, 남의 차가 빛나면 내 차가 낡아 보인다.
손바닥 안의 작은 화면 속엔 언제나 나보다 나은 삶이 있고,
그 화면을 들여다볼수록 내가 가진 것은 점점 작아 보인다.

그러나 진짜 가난은 적게 가진 것이 아니라, 가진 것에 만족할 줄 모르는 마음.
진짜 부유함은 많이 쌓은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채우려 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

옛사람은 말했다, 知足者富(지족자부) — 족함을 아는 자가 부자라고.
그 말은 옛말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더욱 절실한 말이 되었다.

분수를 아는 사람은 남의 성공에 배 아파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로 걸어간다.
빚으로 쌓은 광채는 바람 앞의 촛불과 같아서, 한 번 훅 불면 꺼지고 마는 것.
그러나 분수 안에서 다져진 살림은 비록 화려하지 않아도, 폭풍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가진 것을 자랑하지 않고, 못 가진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마음 —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염치(廉恥)의 또 다른 이름이다.

세상은 더 가지라 재촉하지만, 사람을 끝까지 지켜주는 것은 더 가진 것이 아니라 넘치지 않게 지킨 것.
분수를 아는 삶이야말로, 요란한 세상 속에서 조용히 오래가는 삶이다
.

🌑 분수와 염치가 만날 때

황혼기의 삶은 이 둘이 만나면서 비로소 안정됩니다. 욕망을 줄이고, 부끄러움을 알고, 관계에 선을 두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

그렇게 하루가 조용히 굴러갑니다. 과장도 없고, 허세도 없고, 억지로 버티는 힘도 없습니다. 그저 지킬 것만 지키며 살아가는 담백한 삶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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