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0일 일요일

좁은 문을 지나 만난 사람들



 창밖을 내려다보면 도로 위를 지나치는 수많은 차와 바쁘게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넓고 거친 세상을 살다 보면 문득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세상에는 귀하고 단단한 옥(玉)처럼 빛나는 인연보다, 바람에 스치는 흔한 모래처럼 스쳐 지나가는 관계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젊은 날에는 더 넓은 인맥을 쌓고, 더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삶의 성공이자 미덕이라 믿었습니다. 사람들과의 모임에 부지런히 참석하고, 끊임없이 외연을 넓히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삶의 무거운 짐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보니, 그 수많던 인간관계의 대다수는 계절이 지나면 사라지는 바람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금 곁을 천천히 둘러봅니다. 마주 앉아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 내 삶의 기쁨과 슬픔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주는 수수한 몇몇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곁에 남은 몇 사람

지금 까지 살다 보니 사람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젊을 때는 아는 사람이 많고 친구가 많으면 인생이 든든한 줄 알았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은 하나둘 떠나고, 연락이 끊기고, 각자의 삶으로 흩어진다.

처음에는 서운했다.
이제는 그것도 삶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아침, 약을 먹고 있는데 오래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오늘은 좀 어때?”

별것 아닌 한마디였다. 그런데 그 말이 하루 종일 마음에 남았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사람이 귀하다.
내 사정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듣고,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 아프다는 말을 들으면 한 번쯤 걱정해 주는 사람.

많을 필요가 없다.

모두에게 이해받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 사람 때문에 마음을 쓰기보다, 지금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에게 잘하는 것이 낫다.

즈금의 나이가 되어 돌아보니 결국 남는 것은 재산도, 명성도 아니었다.
힘들 때 곁에 있어 준 사람, 내 안부를 기억해 준 사람, 말없이 나를 받아준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외로운 것보다
 나를 진심으로 알아주는 몇몇 이들과 온기를 나누고, 

그들에게 때로는 마음을 의지하며 사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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