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섞여 있을 때 비로소 제 얼굴을 드러낸다. 한 가지 색만 모이면 단정하지만, 오래 바라보면 금방 질린다. 섞여 있을 때 생기는 온도 차, 질감의 차, 리듬의 차가 풍경을 살린다.
사람의 삶과 인연, 매일의 시간 역시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도화지처럼 매끈하고 완벽한 하루보다는 조금은 상반된 감정과 뜻밖의 경험들이 제각각의 리듬으로 섞여 있을 때, 돌이켜보는 인생의 풍경도 한층 깊고 그윽해지는 법이겠지요.
같은 색의 꽃들로만 채워진 화단은 처음 보았을 때 깔끔하고 정갈합니다. 하지만 그 단정함은 오래 머물지 못하고 이내 시선을 무디게 만듭니다. 반면 붉은 꽃 옆에 노란 꽃이 서고, 키 큰 가지 사이로 작은 들꽃이 고개를 내밀 때 비로소 각자의 색과 모양이 선명하게 살아납니다. 저 혼자일 때는 몰랐던 제 얼굴이, 다른 결을 가진 존재와 대비될 때 비로소 밖으로 드러나는 까닭입니다.
삶의 풍경도 다르지 않습니다. 하나의 색깔, 하나의 생각, 익숙하고 편안한 관성으로만 채워진 일상은 평온해 보이지만 금세 매너리즘이라는 피로를 끌어들입니다. 나와는 조금 다른 온도를 가진 사람과의 대화, 예상치 못한 일상의 작은 균열, 매일 가던 길에서 살짝 비껴난 산책길이 삶에 스며들 때 비로소 굳어 있던 감각이 깨어납니다. 거친 질감과 부드러운 질감이 부딪히고, 빠른 박자와 느린 박자가 교차하면서 다채로운 리듬이 완성됩니다.
황혼의 길목에서 바라보는 삶의 완성도 결국 이 '섞임'의 미학에 있습니다. 나만의 고집이나 지나온 방식만을 고수하기보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여유가 풍경을 깊어지게 합니다.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변화나 타인의 결까지도 내 삶의 정원에 슬그머니 자리를 내어줄 때, 매일 마주하는 하루는 질리지 않는 생동감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서로 다른 온도와 리듬을 품어 안는 것, 그리하여 내 삶이라는 풍경을 끝까지 다채롭고 그윽하게 가꾸어 가는 것. 그것이 먼 길을 걸어온 이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품격 있는 삶의 방식일 것입니다.
이 깊어가는 9월의 초입,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는 공기 속에서 늘 따스한 온기와 평안함이 함께하시길, 그리고 거니시는 길마다 풍요롭고 행복한 기운이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마음 모아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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