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처럼 당연하고, 바위처럼 단단하게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우리는 가장 먼저 숨을 들이마신다. 너무나 당연해서 평소에는 그 고마움을 잊고 살지만, 단 몇 분만 없어도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존재, 바로 산소다. 우리 삶을 지탱하는 내면의 '믿음'은 바로 이 산소를 닮았다.
반면, 세상 속에서 타인과 발을 맞추며 걸어갈 때 우리 뒤에 남는 발자국이 있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변치 않고 그 자리를 지켜내는 주춧돌, 바로 '신용'이다. 그것은 세월이 흘러도 결코 흐려져서는 안 되는, 세상과 나 사이에 맺은 준엄한 약속이다.
생각해보면 인간의 삶은 이 두 가지 기둥 위에서 비로소 온전해진다.
믿음은 수시로 들이마시는 산소와 같아서, 마음의 허기를 채우고 영혼을 살게 한다. 나 자신을 향한 담담한 신뢰, 평생을 함께 걸어온 소중한 동반자와의 묵묵한 교감, 그리고 삶이 결국은 평온한 평정 찾기로 귀결될 것이라는 내적인 확신. 이 믿음이라는 숨결이 없다면 우리의 마음은 금세 메마르고 숨이 가빠질 것이다. 거창한 선언이 없어도 매 순간 자연스럽게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을 지속하게 하는 믿음의 힘이다.
그러나 마음속의 믿음이 삶이라는 대지 위에서 찬란하게 꽃을 피우려면, 반드시 '신용'이라는 단단한 줄기가 필요하다. 신용은 보이지 않는 믿음을 눈에 보이는 가치로 증명해내는 실천이다. 살다 보면 수많은 유혹과 흔들림이 찾아오지만, "언제나 지켜야 하는 약속"을 묵묵히 이행해 나갈 때 인간의 품격이 완성된다. 세월이 흐를수록 주변의 관계는 점차 단순해지고 투명해지기 마련이다. 그 복잡하지 않은 관계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가장 아름다운 자산은, 서로의 신용이 주는 안늑함과 편안함이다.
인생의 황혼 무렵에 이르러 주변을 돌아보면, 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방 안의 불필요한 물건들을 비워내듯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나면, 마지막까지 손에 쥐어야 할 본질만이 명확해진다.
매 순간 감사히 들이마시는 산소처럼 내 영혼을 촉촉이 적시는 믿음, 그리고 거친 세상 풍파 속에서도 나를 단단하게 붙잡아주었던 주춧돌 같은 신용. 이 두 가지를 품고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언제나 고요하고 깊은 평화 속에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조용히 숨을 고르며, 내 안의 산소 같은 믿음을 확인하고, 내가 세상에 남긴 약속의 무게를 가만히 음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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