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바람 없이, 큰 폭풍 없이 하루가 지나가는 날이 있다.
특별한 일도 없고, 가슴 뛰는 소식도 없고, 그렇다고 크게 무너질 일도 없는 날. 예전에는 그런 날들을 시시하다고 생각했다. 무언가 이루어야만 의미 있는 하루라고 믿었고, 눈에 띄는 변화가 있어야 살아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된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얼마나 어려운 축복인지. 세상은 늘 흔들리고 사람의 마음도 자주 흔들린다. 작은 말 하나에도 마음이 무너지고, 사소한 일 하나에도 밤잠을 설치게 된다. 그런데도 오늘 내가 무사히 하루를 건너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대단한 일이다. 큰 바람 없이, 큰 폭풍 없이 실려가듯 지나가는 오늘에 감사해야 하는 이유다.
돌이켜보면 마음의 상처 대부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시작되었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 잠시 스쳐 지나간 표정, 이미 지나가 버린 일들. 붙잡지 않아도 될 것들에 오래 마음을 두었고, 결국 스스로를 더 아프게 만들었다. 세상에는 내가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많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감정들도 많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그것들을 붙들고 의미를 만든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아가고 싶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마음을 오래 두지 않는 사람. 아무 일도 아닌 일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 사람. 사소한 흔들림에 휘청이기보다, 잔잔한 흐름 속에서 오늘의 평온을 알아보는 사람.
삶은 어쩌면 거창한 행복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별일 없는 날들을 견디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완성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맘 두지 말자.
아무 일도 아닌 일에 맘 아파하지 말자.
그리고 큰 바람 없이 지나가는 오늘에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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