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곁에 없게 되더라도, 가족이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을 마련해 두고, 각종 서류와 필요한 사항들을 빠짐없이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세상에 남길 마지막 배려이자, 남겨진 가족이 삶의 중심을 잃지 않고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가장 존엄하고 책임감 있는 준비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안정을 물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혼란 없이 관리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는 것은 가족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입니다.
마지막 방을 정리하듯, 아름다운 등대를 세우는 일
인생이라는 긴 여정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채우고, 쌓고, 확장하며 살아간다. 젊은 날의 삶이 더 많은 것을 손에 쥐기 위한 치열한 분투였다면, 황혼의 삶은 내 손에 쥐어진 것들을 단단하게 다듬고, 남겨질 이들을 위해 깨끗하게 비워내는 시간이다. 내가 세상의 숨결을 멈추고 곁을 떠나게 되더라도, 내 살붙이들이 경제적인 궁핍이나 혼란 없이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도록 돕는 것. 그것은 가장 품격 있고 책임감 있는 삶의 마무리이자, 가족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의 형태일 것이다.
가족을 경제적 어려움으로부터 지키는 첫 번째 걸음은 내 자산의 지도를 ‘가장 단순하고 명확하게’ 그려두는 일이다.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오랜 세월 일구어 놓은 재정의 구조가 너무 복잡하면, 내가 부재했을 때 남겨진 이들은 길을 잃기 쉽다.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진 계좌를 하나둘 통폐합하고, 변동성이 큰 복잡한 자산보다는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안정적인 형태로 재정을 단순화해야 한다. 상속이라는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가족들이 당장 겪을지 모를 일시적인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적정량의 현금성 예비비를 배우자나 자녀의 이름으로 준비해 두는 배려도 필요하다.
재정을 마련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기록의 힘’이다. 아무리 풍족한 재산이 있어도, 그것이 어디에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알지 못한다면 가족에게는 또 다른 숙제이자 짐이 될 뿐이다. 은행의 예·적금 계좌, 증권사 계좌, 매달 나오는 연금 정보와 가입된 보험의 내역을 한 권의 노트나 안전한 파일에 일목요연하게 적어두어야 한다. 특히 오늘날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스마트폰의 잠금 화면 비밀번호, 자주 쓰는 금융 사이트의 아이디 하나를 찾지 못해 가족들이 애를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 삶의 모든 흔적과 통로를 가족들이 헤매지 않고 찾을 수 있도록 비밀번호 하나까지 다정하게 적어 내려가는 시간, 그것은 삶을 대하는 참으로 경건한 태도이다.
마지막으로, 나의 명확한 의사를 법적 효력이 있는 서류로 남겨두는 결단이 요구된다. 자산의 배분 기준을 유언공증 등으로 투명하게 정리해 두는 것은, 혹시라도 남겨진 이들 사이에 생길 수 있는 미소한 오해나 갈등의 씨앗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지혜다. 이에 더해 위급한 순간에 연명치료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사전의료의향서’ 같은 의사 표시를 명확히 해둔다면, 가족들이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무거운 선택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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