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깊어지는 시간
사람은 자주 시간을 놓친다. 해야 할 일을 미루고,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시작해야 할 순간 앞에서 망설인다. 우리는 늘 조금 더 나은 때를 기다린다. 마음의 준비가 끝나는 날, 상황이 완벽해지는 날, 두려움이 사라지는 날을 기다리지만 그런 순간은 쉽게 오지 않는다. 결국 시간은 기다리는 사람보다 움직이는 사람의 편이 된다.
돌아보면 후회는 대부분 “하지 못한 일”에서 남는다. 실패했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경험이 되지만, 끝내 시작하지 못한 일은 오래도록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자신을 붙잡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며 “그때 시작했더라면”이라는 말을 반복한다. 하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도 되돌아오지 않는다.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지금뿐이다.
지금이라는 순간은 짧고 불완전하다. 그러나 삶은 늘 불완전한 순간들 속에서 움직여 왔다. 완벽한 준비를 마친 뒤 출발하는 사람보다 부족해도 먼저 발을 내딛는 사람이 더 멀리 나아간다. 작은 시작은 때로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아주 작은 결심 하나가 사람의 하루를 바꾸고, 하루는 결국 인생의 방향이 된다.
시간은 계속 깊어진다. 그리고 그 깊어지는 시간 속에서 사람은 조금씩 달라진다. 오늘의 선택은 내일의 자신을 만든다. 미래의 나는 결국 지금의 내가 남긴 시간 위에 서게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이상 망설임 속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가장 좋은 시작은 어제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두 번째로 좋은 시작은 언제나 지금이다. 지금 이 순간 용기를 내어 움직이는 사람만이 깊어지는 시간 속에서 자신의 삶을 바꾸어 갈 수 있다.
바람이 가지를 흔들어
남은 잎을 떨구는 것은
나무가 비로소 제 뿌리에 깊어지려는 까닭입니다.
돌아보면 수많은 소음과 눈부신 잔상들,
채우려 갈급했던 젊은 날의 무대는 저물고
이제 내 앞에는 오직 본질의 시간만 남았습니다.
어제라는 강물은 이미 바다로 흘러갔고
내일이라는 안개는 아직 산을 넘지 못했으니,
내가 서서 숨 쉬는 자리는 오직 지금, 여기.
너무 늦은 시작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장 좋은 때는 늘 오늘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발등 위에 눈부시게 떨어지니까요.
더 멀리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깊어지기 위해,
마음속에 접어둔 다정한 말 한마디를 건네고
소중한 손을 한 번 더 꼭 쥐어보는 일.
매일 아침 묵묵히 길을 나서는 나의 담담한 발걸음.
그 작은 시작들이 모여 삶의 여백을 채울 때,
시간의 저편에서 나를 기다리는 미래의 나는
오늘의 나를 향해
참 고마웠다고, 잔잔한 미소를 보내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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